회사의 다른 프로젝트가 얼추 마무리되며 외근 때문에 바쁘셨던 수석님이 한 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수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어서 그런지, 이사님이 내 업무 좀 봐 달라고 요청하셨나 보다. 그래서 그 수석님과 잠깐 프로젝트 브리핑을 가졌다.
내가 4개월간 몸담고 있는 프로젝트라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수석님 앞에 앉는 순간 뭐부터 말씀드려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사실 살짝 울컥도 했다. 수석님의 정확한 경력은 모르지만 최소 15년 이상 일하신 분이라, 내가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고 어느 부분의 갈증을 해소시켜야 하는지 아시는 듯했다.
중구난방이던 나의 문서에 수석님이 질문을 던지시며 하나하나 되짚어보니, 몸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채로 무대에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창피하면서도 무섭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렇게 날 파악해줄 수 있는 분이 계셔서 한 편으로는 든든했다.
기획 디자인 퍼블리셔가 업무를 분장하고 관리하는 것부터 개발을 외주에 맡길 시 작업 진척도 체크하는 법 까지. 현재 나에게 부족한 능력이 너무 넘쳤다. 한번 설명을 듣긴 했지만 아직 내 것이 되지는 않았다. 기획 업무를 겨우 해낼 수 있다 하더라도, 진행하면서 퍼블리싱 이슈(해상도 등) 개발 이슈(데이터나 구조 변경 시 리스크 사항 등)가 나타나면 그냥 멈춰버린다. 이런 경험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관리해야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는지가 요즘 내 최대 고민거리이다.
이 밖에 내일까지 전달해야 할 산출물이 남아있어 회사 노트북을 들고 퇴근하는 길이다. 야근이 싫어 집에서 잔업을 한다.. 조삼모사 같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일의 나도 부족한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