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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기자의 그런 생각 Jul 05. 2022

어그로가 판치는 대한민국

우린 어그로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어그로는 부정적인 이슈를 내세워 관심을 끌어 모은다는 인터넷 용어다. 어느 순간 우리 입에서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오고가는 단어가 됐다. 이 세상은 대환장 어그로의 유니버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한국납세자연맹이라는 시민단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특수활동비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시민단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활비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바로 그 단체다. 

기자생활의 대부분을 정부부처 출입을 했지만 이 같은 정보공개 청구는 처음 본다. 아직 취임 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이 뚱딴지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향후 5년 내내 이 같은 정보공개청구 행위를 함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임을 선포한 것과 다름이 없다. 

언론에서 어떤 의혹보도가 있을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경찰청이나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해 당사자가 가만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나서서 고발을 한다. 기자들을 불러 모으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한 총경급 경찰간부는 "이들의 고발 케이스 가운데 실제 기소로 넘어갈 만한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요. 거의 혐의 없음, 불송치로 끝납니다. 이들이 무분별하게 고발을 남발함으로써 시급한 사건해결이 필요한 서민들의 사건은 지연되는 측면이 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요새 판을 치는 조폭 출신 유튜버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법행위를 무용담처럼 말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현혹한다. 내용 자체가 워낙 자극적이다 보니 조회수가 엄청나다. 

조폭 출신 유튜버들의 특징은 서로를 끊임없이 저격한다는 것이다. A 유튜버가 "니가 예전에 잘 나갔다고?" 하면서 B 유튜버를 저격하고, B 유튜버가 "그래 한판 붙자"라며 욕을 하고 응대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붙는 경우는 거의 없고, 말 그대로 어그로다. 서로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 

문제는 생계수단인 어그로가 청소년들에게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청소년 기는 너무도 예민하다. 상대방의 작은 말과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평생을 좌지우지 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조폭 출신 유튜버들이 '어그로'라는 문법을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보면서 일부 청소년들은 '학창시절에 애들 때리고 징역 좀 다녀오고 해도 나중에 저들처럼 유튜브에서 썰 좀 풀고 살면 부자로 살 수 있는데 뭐'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막 살아도 '어그로'로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어그로의 끝판왕들은 김어준씨와 가로세로연구소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좌파와 우파라는 양 대척점에서 끊임없이 어그로를 끌면서 상대진영을 공격한다. 상대방의 작은 실수 하나 하나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 엄청난 돈을 끌어모은다. 이들은 마치 상대진영이 망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처럼 행동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이고 전부 성인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들 중 절반이 진보고 절반이 보수라고 가정해보자. 우리나라 정치지형 가운데 중도는 없으니 언제나 정권은 진보 아니면 보수 정권이다. 그런데 이들은 마치 좌파 진영이 우파 진영이 사라져야 할 존재인 것처럼 행동한다. 이들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언제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2,500만명은 패배주의 속에서 살아가야 하나? 자신과 정치성향이 다른 2,500만명은 어벤져스 타노스의 핑거스냅처럼 사라져야 할 존재들인가? 다양성에서 창의력이 나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면 그것은 전체주의 사회와 다름이 없다. 새가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다. '어그로를 통한 MONEY'의 추구가 최우선 가치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시야를 넓혀야 한다. 자신의 뇌를 이들에게 outsourcing하면 안 된다. 


어그로가 판을 치면 개인의 삶은 어떻게 되고 국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개인의 삶과 국가의 미래 모두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순수한 의미의 어그로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요지경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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