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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Nov 21. 2024

회사에 찾아온 백인 음모론자

윌셔 회사에서 본 LA 일대. 저 멀리 할리우드 사인이 보인다. 

미국 시간으로 어제(11월 19일) 있었던 일이다. 

"헬로우" 

"지금 제보할 게 있다고 누가 찾아왔어요."

중년 경비원의 전화에 아래 층으로 내려갔다. 한 백인이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영어를 잘 모르는데 어쩌지?' 하는 걱정과 함께 그에게 갔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쉴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처음부터 내 얘기는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자켓을 입고 있었지만 매우 낡았고 손과 얼굴은 괴사된 흔적이 보였다. 누가 봐도 마약에 찌든 사람 같았다. 

그는 "아시안 11명이 갑작스레 죽었는데 당국이 은폐하고 있어요" "여러군데 제보하고 있는데 전화하면 '너 정상 아니야'라고만 말해요"라고 말했다. 

대개 마약에 찌든 사람들은 말이 느리고 허리를 똑바로 펴지 못하고 눈이 풀려 있는데 이 사람은 발음만은 정확했다. 

쉴새 없이 랩처럼 음모론을 쏟아내고 있는 사람에게 "아, 저는 경제부라서요. 사건 담당하는 분을 알려드릴게요."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의 이야기를 거의 대부분 알아 듣지 못했지만, 들었던 생각은 '아, 이런 친구들이 자기가 머릿속에서 그린 상상대로 총을 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가 가져온 커다란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두려웠다. '혹시 이 친구가 다음에 총을 들고 찾아오면 어쩌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마약 문제, 미국에서 정말 심각한 이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마약 문제와 노숙자 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LA에 있는 노숙자만 5만명에 달한다. 허공에 있는 상상속의 존재에게 화가 나서 분통을 터뜨리거나 폭력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쉽사리 볼 수 있다. 

LA의 주택 문제는 해결이 어려울 정도다. 중간 주택 가격이 80만달러에 달한다. 전국 평균 가격의 2배가 넘는다. 침실이 2개인 주택의 월 렌트비도 3,000달러가 넘는다.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도 3,200달러가 넘는다. 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인 양극화가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가운데 양극화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산지 5개월째다. 참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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