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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ody Nov 03. 2019

#001 I want my time with you

나는 외롭지 않고 싶다

At St. Pancras International


올해 6월, 1Q의 수업이 끝난 그다음 주, 일주일 런던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런던! 나의 가장 사랑하는 도시! 내가 사랑하는 그림, 음악, 책, 장소 모든 게 다 있는 곳! 하지만 막상 런던에 가면 새로운 곳에 가기는 쉽지 않다. 사랑하는 장소를 하나둘씩 다 들러도 항상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런던 밖으로 벗어날 일도 거의 없어서 Kings Cross 쪽에는 가 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Kings Cross 역 근처에서 용무가 있었고, 영국인 동료가 꼭 St. Pancras International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철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이니깐!


동료는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으로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었고 원래부터 걸음이 빠른 그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바람에 나도 종종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던 중, 채널 해협을 건너 유럽으로 가는 열차들이 출발하는 바로 그 플랫폼에서 나의 눈을 사로잡은 네온사인.


I want my time with you

아니, 이런 Welcome!도 Good Bye!도 아닌, 너와 함께하는 나의 시간이 필요하다뇨. 모두가 떠나는 장소에서 이 발목을 잡는 센스란... 너무나도 로맨틱한, 너무나도 영화 같은, 열차가 출발하는 그곳의 네온사인.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1초라도 함께 붙잡고 싶은 심정을 표현한 것만 같은 저 문장은, 내 시점에서는 지금 나의 감정을 함께 나누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바꾸어 읽혔다.




7박 8일의 빠듯한 일정 중, 사실 내가 외로움을 느낄 시간은 단 1초도 없었다. 중요한 발표였지만 출장 오기 직전까지 빡빡한 수업 일정과 기타 잡무 처리 때문에 런던에 도착해서도 나는 여전히 슬라이드를 작성 중이었다. 슬라이드를 핑계로 세션을 빠질 순 없기 때문에 하루 종일 세션에 참가해야 했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려면 거의 매일 붙어있다시피 한 영국의 동료들을 붙잡고 짬짬이 회의를 해야만 했다. 심지어 2Q부터 시작될 수업의 준비도 해야 했고, 영국의 동료들과의 미팅은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않아 하루 시간을 내어 Leeds 까지 가게 되어 그곳에서의 미팅도 준비해야 했으므로, 외로움은 커녕 나는 매일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거의 기절하듯이 잠들곤 했었다. 혼자 덩그러니 호텔 방에 누워 외롭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잠이 들어버렸는데,   "I want my time with you" 바로 이 문장을 보고 잠들어도 지워지지 않았던 외로움을 포함한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왔다.


함께 있던 동료들이 Kings Cross에서 Leeds 행 열차를 타고 각각 떠나간 뒤, 나는 다시 St. Pancras International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그곳에 서서 사진을 찍고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I want my time with you who can share and care for each other's feeling sincerely.

졸업하고 지난 3년간, 답답해도 아무 말 없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던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물론, 친구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매일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연구실을 함께 쓰는 쌤이 있고, 그와 나는 매일 일정량의 대화를 하며, 시기마다 바뀌긴 했지만 옆에 있었던 친구들도 있다. 그들과 나는 시간을 함께 했지만 나는 그 시간으로부터 위로받은 것 같진 않다. 영국에 와서도 도착해서 약 5일간, 넘쳐나던 대화들, 다물 새 없었던 나의 입, 끊임없이 이어지는 미팅, 토론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발표. 많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또 그만큼의 시간을 채워준 대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끊임없이 넘실대던 그런 대화가 아닌, 나는 지금 어떤지,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인지, 서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그 대화가 필요했고, 결정적으로 그 대화를 나눌 누군가가 그곳에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나의 9년 간의 해외 생활 동안 옆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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