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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oise Apr 12. 2023

컨텐츠 마케터가 커리어를 쌓아가는 일

나는 내 프로덕트를 사랑하는걸까?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21년 11월 (아직까지는)마지막 퇴사를 기점으로 복기하며 쓴 회고 글입니다.
컨텐츠 마케터로 성장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빌드업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2021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사다난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 해를 표현할 정도였다.

그 해에 나는 두 번의 퇴사를 경험했다. 시원섭섭한 이별을 겪으며 퇴사 당시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참고로 필자는 현재 사회생활 7년차, 마케터(AE경력 포함) 5년차인 미들급 사노비다.


나중에 내가 왜 퇴사했더라? 뭐 때문에 그렇게 고민했지?를 떠올릴 때,

다시 이직을 하게 될 시점(부디 먼 후일이길..)에 돌아보고자 남기는 퇴사 회고.

생각날 때마다 이직 시점에서의 기억들을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기록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사실 퇴사 당시에 이렇게 빠른 이직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광고 대행사에서 인하우스로 오게 되며 처음 맛본 워라밸과 외국계 스타트업이 주는 자유로운 조직문화 뽕에 취해 3개월까지는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2년 7개월간의 야근 러쉬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것 처럼 이 곳은 워라밸 천국 그 자체였다.

점심 시간 한 시간 반, 심지어 워킹타임도 10-18인 가히 혁명적인 곳. 출근조차 자율 출근제도였다.

아침에 눈 떴는데 회사가 너무 가기 싫은 날 당일 휴가를 써도 용납해주는 곳이었으니 얼마나 프리한 곳이었는지 말안해도 알 것이다.(아마 이 정도로 자유로운 회사는 두 번 다시 못 만나겠지...)


물리적으로 일하는 시간만 셈해봐도 남들보다 한 시간 반이나 덜 일하는 곳이었다.

스타트업 특징이 여실히 드러나는 수평 구조(직급이 없음), 그리고 신규 사업에 대한 설렘까지 입사 당시만 해도 나 이제 꽃길 걷는구나 싶었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나는 내 프로덕트를 사랑하는 걸까?

회사 보안 상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 적을 수는 없지만, 앱 서비스를 브랜딩하고 컨텐츠를 만드는 마케터 직무를 수행했다. 나는 마케터라면 자고로 누구보다 프로덕트를 사랑하고 이해도가 높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새끼여야 하는데 문제는 나는 얘를 눈에 넣으면 무지 아플 것 같고, 눈에 넣기 꺼려졌다는 것...

심지어 유사 서비스를 써 본 경험도 없는 무지랭이였다. 입사 전 부랴부랴 이해를 위해 사용을 시도해봤지만 슬프게도 결이 맞지 않았다.


함께 업무하는 조직원들은 모두들 해당 서비스의 헤비유저들이었는데, 나는 그들과 열 두 발짝 가량 떨어져 있는 사람 같았다. 아이디어 회의나 마케팅 회의를 하는 도중에도 "진짜 이 서비스 유저들은 저런 마음을 갖고 있다고...? 왜...?" 싶은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나한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나와 프로덕트와 마케팅.jpg

컨텐츠 하나를 만들더라도 유저가 혹할만한 안 써 본 사람들도 오? 써볼까? 싶게끔 만들어야하는데,

내가 2n년간 살아온 히스토리에 이 앱을(더불어 유사 앱까지) 써 본 역사가 없으니 당최 뭘 끄집어내야할지 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냅다 유행하는 밈이나, '아ㅋㅋㅋㅋ 개웃기네ㅋㅋㅋㅋ' 정도의 반응을 끌어내는 컨텐츠만 즐비하게 만들어 냈다.


알맹이 없이 트렌드만 따라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심지어 내가 지금 무슨 브랜딩을 하고 있지? 내가 이걸 통해 뭘 말하고 싶지? 나는 이 프로덕트를 잘 팔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셀프로 FGI도 해보고, 유튜브나 아티클도 수십개 읽고 나서야 "아~ 이래서 쓰는구나"를 깨우쳤지만 아는 것과 별개로 공감이 가질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나는 내 프로덕트를 안 쓸 것 같은 그런 느낌..

담당하고 있는 프로덕트와 거리두기 실천한 사람... 나야 나...

그래서 나는 나를 타겟으로 잡고 계속 질문했다.

"나같은 (아마 평생 전환되지 않을 것 같은)잠재 유저들은 뭐에 반응할까?"를 수차례 고민했지만 이미 프로덕의 성격과 내 성격의 간극이 너무 컸다. 그리고 해당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이미 다른 앱을 사용한 유저들을 이 쪽으로 끌고오는 마케팅이 더 중요했다.

즉, 나같은 사람한테 마케팅을 하는 것이 무의미함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두 번째,

나는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걸까?

인하우스 마케터 그것도 앱 마케터가 되고 보니 데이터가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매일 성과를 측정하고, 테스트 소재를 만들고, 전환이 늘고 줄어듦에 일희일비 하면서 "뭐야 나 제법 숫자를 좋아하잖아?"(<이럴 때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엄청난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했던 건 아니다. (남들 다 하는 구글 UAC, 페이스북 광고, 유튜브 광고, 오퍼월 어레인지 정도...) 그래서 더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프로덕트를 팔고 싶은지.


내가 결정을 못내리겠으면 남들은 어떻게 했는지 좀 훔쳐보려고 이 고민을 하던 시즌에 온갖 아티클을 가장 많이 읽었다. 무작정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기엔 내 연차는 넘나 작고 소중했고 당시 3년차 마케터에게 이 시점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사실 되고 싶은 마케터는 그냥 "개쩌는 네임드 마케터"였다.

10년차 즈음 됐을 때 이 분야에서 일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은 내 이름을 들었을 때 "아~ 좀 치지 그 사람."할 수 있는 정도.

마케팅이요?ㅎ 껌이져-...하고 싶다...

넓고 깊은 마케터의 세계에서 퍼포먼스를 택할지, 컨텐츠일지, 브랜딩일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문제는 다 잘 하고 싶었다. 마케팅 감각을 베이스로 필요에 따라 숫자도 움직이고 컨텐츠도 움직이고 브랜드도 다잡아가는 사람.


어슴푸레하게 목표가 세워지니 이 곳에서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계산하게 되었다.

몸은 편하지만 나와 맞지 않는 프로덕트, 마케팅에 큰 지원을 해주지 않는 조직 문화, 애매한 KPI, 나와 방향성이 맞지 않은 코워커. 더 이상 이 곳에 잔류할 일말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스타텁의 장점이자 단점인 업무 R&R에 대한 경계가 없다는 것(동의어: 무질서)이 이 곳에서는 나를 퇴사로 이끄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업무를 해보는 건 좋은데 문제는 담당자가 항상 부재해서 하나의 태스크를 처리하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에포트가 들었다.

다시 말하자면 메인 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리고 당면한 문제.. 길을 잃었ㄸr...어딜 7rㅇF.. 할...77r..




퇴사 후 이직은 고려조차 해보지 않아서 환승 이직을 열심히 준비했다.


잡오퍼 사이트에 포폴을 올리고 여기저기 지원서를 넣고 있던 도중 감사하게도 먼저 퇴사하신 총괄님이 본인이 계신 곳으로 끌어주셨다. 입사까지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점프업 할 수 있는 곳에 마케터로 최종 오퍼를 받았다.


어찌저찌 고민하며 흘러오다 보니 21년 연말을 맞게 되었다. 첫 번째 인하우스에서의 마지막 근무를 다시 정리해보니 내가 회사를 선택할 때 어떤 점들을 중요시 생각하는지, 어떤 조직원들과 조직문화에 적합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선택한 지금의 회사가 유토피아인가? 또 그렇지만도 않다.

초기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프로덕트의 한계, 리소스 충원의 장벽 등 지금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몸은 편했던 그곳과 다르게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얻어가는 것들이 분명하다. (잃는 것도 분명하다 ^_^)

어차피 남의 주머니에서 돈 꺼내는 일이야 늘 고된 일이 확실하니, 그 가운데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찾아가는 것. 그 것이 내가 일을 하는 데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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