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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 탐식가 Aug 21. 2020

시간은 당신 편인가?

성공적인 가치 투자의 기본 전제

좋은 투자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어떤 형태가 되었든 간에, 투자를 시작할 때 반드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그건 바로

시간은 당신 편인가?

질문이 상당히 모호해 보인다. 이를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가?' 

우리는 당장 내일의 주가는 알 수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증가한다면 주가 역시 가치를 따라 상승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특정 기업이 속한 업황의 전망이 좋다거나, 기업 자체의 경쟁력이 날로 강화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의 가치는 증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시간은 투자자의 편이다. 반대로 트렌드의 변화로 기업이 속한 업황 전망이 어둡거나,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날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면, 시간은 투자자의 적이 된다. 


만기가 정해진 투자는 피하는 게 상책

시간을 투자자의 적으로 만드는 가장 치명적인 행위는 바로 만기가 정해진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기가 정해진 투자'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우선적으로 만기가 있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파생금융상품이라고 부르는 선물, 옵션, ELW, ELS 등이 대표적이다. 파생금융상품의 가격은 기초 자산의 가격에 연동되므로, 결국 투자에 성공하려면 기초자산의 움직임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만기가 있으므로 우리의 예측이 만기 이전에 실현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즉 이러한 투자가 성공하려면 (기초자산 가격 변동의) 방향뿐만 아니라 타이밍까지 맞춰야 하므로 실패 확률이 높다


한편 만기 영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유 ETF다. ETF는 만기가 없는 상품이므로, 위에서 열거한 파생금융상품과는 무관한 듯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면 원유 ETF는 원유 선물을 베이스로 한 상품이다. 원유 선물은 만기가 있으므로, 매월 근월물에서 차월물로 롤오버를 해야 한다. 원유 선물의 경우 근월물과 차월물간 가격 차이가 큰 편에 속하므로 롤오버 할 때마다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롤오버하는 시기를 피해 단기적으로 거래를 해야한다. 장기적으로 보유한다면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롤오버 비용으로 수익을 상당부분을 까먹게 된다. 원유 ETF가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금융 상품 자체의 만기뿐만 아니라 투자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만기가 정해진 투자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아파트 잔금처럼 용도가 분명히 정해진 돈을 잠깐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다. 주가가 잠깐 융통하는 사이에 상승하면 좋겠으나, 만약 하락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손절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주식 신용 거래 역시 3~6개월 정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시중보다 비싼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는 형식이므로 나쁜 조건이다. 더구나 올해 3월처럼 주가가 폭락하여 주식 평가액이 증거금 아래로 내려가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반대매매가 걸리므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가장 나쁜 것은 미수 거래가 될 것이다. 만기가 단지 이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나 이슈가 수시로 발생하며, 기업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성장이 늦어지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즉 기업 성장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우리의 능력 밖이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가 만기를 설정한 투자를 하는 것은, 일부러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어리석은 행위다.


역발상도 좋지만...

만기가 정해진 투자와 더불어 조심해야 하는 것은 트렌드를 역행하는 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는 가치투자자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 중의 하나다. 트렌드를 역행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은 대개 가격이 저렴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가치투자자들이 역발상 투자로 접근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며, 주가 역시 하락을 면치 못한다. 

물론 '트렌드를 역행하는 산업'이 '저 성장 산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골판지 업종의 경우 저 성장 산업이지만, 트렌드를 역행하는 산업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골판지는 필요하다. 


여기서 트렌드는 기술적 측면에서의 트렌드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걸어온 길을 예로 들어 보자.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디스플레이는 브라운관이라고 불리는 CRT(음극선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 LCD와 PDP가 개발되면서 배불뚝이라 불리던 CRT는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한동안 LCD와 PDP가 경합하는 듯했으나, 전력 소비나 발열 문제에서 열위에 있던 PDP 역시 사라졌다. LCD도 처음에는 광원으로 CCFL(냉음극형광램프)이 채용되었다면, 현재는 LED가 광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번개표 형광램프로 유명한 금호전기라는 기업이 있다. 형광등을 전문적으로 만들던 기술을 발판 삼아 LCD가 한창 붐을 일으키던 시절, CCFL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사세가 번창한다. 주가 역시 2005년 한 때 7만 원을 돌파하며 무한정 성장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영광의 시절이 그리 길지 못했다. LED가 등장한 것이다. CCFL이 LED로 대체되면서 금호전기의 실적 역시 시간이 갈수록 곤두박질치게 된다. 올해 초에는 기존 대주주가 결국 회사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최근 자동차 역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2차 전지가 각광받는 이유다. 한쪽에 빛이 있다면, 한쪽에는 어둠이 있다. 내연기관에만 사용되는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시간은 분명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트렌드에 맞게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투자는 실패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정리하자면 투자를 함에 있어 시간적 제약을 스스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현재의 코로나 19 사태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부지기수로 발생하며, 우리의 투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다. 시간적 제약이 생길수록 예상한 대로 시나리오가 흘러가지 않을 경우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 대개 그러한 상황에서 오판을 하고,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시간을 적으로 만들지 말고, 내편으로 삼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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