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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이 Apr 24. 2018

소유욕과 자제

갖고 싶은 마음은 잘못된 걸까?

우연히 들렀던 대형서점에서 가장 좋아했던 소설 면도날의 그 새 책 느낌이 너무 좋아 사들고 왔죠. 집에 있는데 너무 많이 만져서 알라딘에 주면 중급이거든요. 이 충동구매를 계기로 예전에 좋아했지만 사정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팔았던 책들을 하나 둘 다시 사모읍니다. 코스모스도, 민음사 고전 문학들도, 찰리 채플린과 비트겐슈타인의 평전도 말이죠. 물론 전부 다 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책꽂이에 괜스레 꽂여 있으면 하는 그런 책들이 있거든요. 다시 읽고 싶은 구절이 생길 그런 책들. 그런 마음이 생겼을 때 책이 없으면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더라고요.

같은 책을 두 권 산다는 것


소비는 책에서만 그치지 않죠. 눈이 안 좋아 안경을 사고, 몇 년 전부터 갖고 싶던 아이패드를 드디어 사고, 내친김에 에어팟을 삽니다. 아이패드를 사니까 어울리는 케이스도 갖고 싶고, 괜스레 애플 펜슬도 갖고 싶어 지네요. 에어팟을 산 김에 애플 뮤직 3개월 체험도 끊어봅니다. 2010년에 샀던 맥북의 한계를 느끼고 중고 맥북도 싸게 장만했습니다. 원하는 것을 모두 가져야 한다면 아마 저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져야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또 생길지도 모르겠어요. 갖고 싶은 이 마음. 끝이 있을까요? 소유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길래 저를 지배하는 걸까요.

뭔가를 가질 때마다 늘 소유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가지게 된 물건들을 만지며 뿌듯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때때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발현되지 않고 단지 욕망에 지배되어 구매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마음속으로 과소비는 금물! 꼭 필요한 것만!이라고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사고 싶다~라는 마음. 누구나 들 겁니다. 여행 가면 더 하죠. 저 같은 경우엔 도착하면 일단 물이라도 사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렇다면 소유란 무엇일까요? 본질은 잘 모르지만 저는 그냥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유라는 친구는 끝이 없습니다. 대상도 무관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소유라는 유혹이 깃든 인간에 따라 다르니까요. 게다가 이 욕망은 대상을 가지면 질릴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대상으로, 다른 사물로 옮겨지죠. 모두가 원하는 것을 가진다면 세상의 모든 것은 인간의 소유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다른 행성도 가지려 들지 모르죠. 하지만 이 마음이 잘못된 걸까요?

보자마자 샀던 반지. 아직도 뿌듯합니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옮고 그른 게 있을까요? 저는 책임을 질 수 있는 한계 내에서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신이 납득할만한 이유는 있어야겠죠. 설령 살인이라고 하더라도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복수라면 때로는 신도 ‘야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생각하실 때도 있는 법 아닐까요? 신은 잘 모릅니다만 서도. 전 그만큼 이 세상에서 시도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하면 갖고 싶은 마음을 따라가 가지는 것만큼 자유로운 것이 있을까요? 소유욕은 자유이고, 갖고 싶은 걸 사는 것도 자유입니다. 단, 스스로의 마음이 정직하다면 말이죠. 자신을 속인다면 우리는 나중에 후회를 하고 말 겁니다.

후회하면서도 합리화할 때도 많을 겁니다. 물건을 버릴 때나 처박아놓은 것들을 볼 때가 그렇죠. "그땐 참 좋았는데 한 번도 안 쓰고 버리는구나." 또는 그 대상을 소유함으로 인해 너무 많이 잃어버렸을 때도 그렇죠. 돈을 많이 썼다던가 그런.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후회를 덜 할 수 있을까요? 진짜 갖고 싶은 것이라면 아무런 생각 없이 그것만 보일 겁니다. 하지만 단 한순간이라도 멈칫거리는 마음이 든다면 정말 사고 싶은 걸까요?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정말 내가 갖고 싶은 건지, 이걸 가져도 후회는 없을는지. 이걸 갖지 않으면 훗날 다시 생각날 거 같은지. 각자 단계별로 만들어보세요. 못 가지면 엄청 후회할 것 같은 그런 마음에서부터, 아쉽지만 내일이면 잊을 것 같은 그런 마음까지 말이죠.

무엇을 살 때 오랫동안 고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끈기 있게 고민하는 그런 사람일수록 후회는 덜 하지 않을까요.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과 들어간 후의 마음은 다른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지기 전과 가진 후의 마음도 마찬가지죠. 가지기 전에 가진 후의 마음 상태를 충분히 생각하면 후회는 덜 하지 않을까요. 후회를 하지 않는 법은 없습니다. 뭔가를 획득하면 뭔가를 잃게 마련이죠. 그런 것들의 변화를 생각해보세요. 그럼 후회는 덜 할 겁니다. 반면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면 진짜 갖고 싶은 것이겠죠. 누군가가 옆에서 고민한다면 잠자코 기다려 주세요. 당신에게 의견을 구하든지, 결정하든지 언젠가는 할 겁니다.


소유욕이 타자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결코 인간에게 해로운 것은 아닙니다. 타자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되어야겠죠. 빚이라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갖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오히려 더 욕심쟁이네요. 갖고 싶은 대상과 빚이라는 자산 두 개를 소유하는 셈이니까요. 그렇게 앞뒤 생각 안 할수록 나중에 후회하기 마련입니다. 그걸 갖는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후회는 돌이킬 수 없는 거죠. 더군다나 소유욕이라는 헛된 것으로 인한 후회를 뭐하러 합니까. 세상엔 그것 말고도 후회할 일이 많이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욕심쟁이 인가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갖고 싶었던 게 참 많았습니다. 인형, 장난감, 게임기... 그리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갖고 있는 것들도, 그리고 갖고 있지만 잊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오래전에 처박아놓은 먼지 쌓인 그릇, 컵, 책, 인형, 장난감, 장식품, 옷, 신발. 가끔은 집에 처박혀 있는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꺼내보면서 생각해보세요. 그걸 어떻게 획득했는지.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그럼 사고 싶은 욕구가 덜 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어요? 그럼 사세요. 그리고 후회하세요. 후회해도 괜찮습니다. 그런다고 뭐 인생이 끝나나요. 본인 인생이잖아요. 이거 사면 1분 정도 행복해질 것 같나요? 돈으로 행복을 사는 셈 치죠. 1분이지만 마음껏 즐기자고요. 내 인생이잖아요. 안 사고 후회하는 것보다 사고 후회하는 편이 낫습니다. 근데 제 주위에선 사고 후회하는 걸 본 적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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