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현 Jul 13. 2015

오늘은 가지마, 차마 뱉지 못한 말

The emotional story for songs.

https://www.youtube.com/watch?v=O259Qh2QoC0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그냥 살아가고 있었다. 그 때 걸려온 전화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만남. 내 눈 앞에 너는 편해 보였다. 왠지 모를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지금도 괜찮지 않은데.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니가 꿈처럼 내 앞에 있지만 나는 괜찮다고 했다. 흔들리는 감정을 숨기며 너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너는 여전히 우리가 함께 찍었던 사진을 핸드폰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 사진을 보며 '그 때 그랬었잖아', '그 때 거기 좋았었지?' 라고 말하는 너의 모습이 원망스러웠다.


무슨 이야기를 꺼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즘 하는 일, 건강, 달라진 헤어 스타일, 평소에는 무엇을 하고 사는지,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사진을 꺼내 보이며 나눴던 것 외에 예전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왜 헤어지게 됐는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도 않았고, 그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서로의 입장과 마음을 지금에 와서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너는 마음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갔다. 사랑도 너의 의지였고, 이별 또한 너의 의지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사회에서 받았던 '리더십이 좋다'는 평가가 무색했다. 언제나 너의 눈치를 보았고, 너의 기분이 중요했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너의 기분과 감정 기복을 예상하는 것이 내 연애 일상의 대부분이었다.


헤어진 뒤에 찾아온 만남 또한 일방적이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와 만나자는 이야기를 거부하지 못했다. 나는 이 자리에 왜 나와 있는 것일까? 다시 만나달라고, 돌아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눈 앞에 있는 니가 여전히 사랑스러워 미치도록 힘들지만, 자존감을 잃으며 만나왔던 너와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 또한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니 앞에서는 여전히 겁쟁이에 철저한 을이구나 싶었다.


환한 미소와 함께 너는 돌아갔다. 그 어떤 미래도 약속하지 않았고,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그냥 만났고, 그냥 헤어졌다. 이별 후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너는 환한 미소를 남기며 돌아갔고, 남겨진 나는 여전히 수동적이고 겁이 많았다. 많이 변했다고,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대로였다.


돌아선 뒤 점점 작아지는 너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낮게 읊조리는 것 뿐. 그제서야 속마음을 세상에 뱉을 수 있었다. 아무런 의미 없는 그 말.


오늘은 가지마
오늘만 더 옆에 있어주면
나 잊을 수 있어

* 대부분 픽션입니다. 직접 경험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상황을 몇 번 상상해본 적은 있네요. 

작가의 이전글 습작 #4 - 잘 된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