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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Aug 16. 2015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었다

나의 운동 이야기 #1

으레 운동과 관련된 글들을 보면 Before & After 사진이 있어야 하고, 멋진 몸을 가진 사람들의 사진과 운동 자세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아마 당분간 이 연재 코너에 그런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애초에 운동을 좋아하던 사람도 아니었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이 좋은 사람도 아니라서요. 다만, 어느 날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운동 좀 하겠다고 발버둥 친 것이 꽤 오래 전의 일인 것 같아 운동을 해오면서 느낀 점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던 나.

2002년,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렸던 해였습니다. 저 역시 신나게 월드컵을 지켰지만 한국의 4강 신화가 끝난 뒤 제 허리에도 신화 같은 일이 일어 났습니다. 그 당시 저는 대학교 2학년이었지만, 국민학교를 빨리 들어간 탓에 친구들보다 한 살 어린 20살이었죠. 철근도 씹어 먹을 수 있는 나이였지만, 허리에 강력한 디스크가 찾아 왔습니다.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하죠.


처음에는 한방으로 치료를 해보려고 했는데, 추나 요법을 하던 중 상황이 더 악화 되었습니다. 걸을 수도 없을 정도의 통증이 다리를 감쌌습니다. 누워 있어도 통증이 심해서 잠도 거의 잘 수 없었습니다. 새벽에 깨 응급실로 달려가 진통제를 맞아보기도 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소위 칼을 대는 신경외과적인 수술을 통해 제 하반신을 지배하던 통증과 작별할 수 있었죠.


사실, 지금도 왜 그 때 아팠는지 떠올려보면 구체적인 이유를 찾기가 힘듭니다. 크게 부딪히거나, 사고가 났다거나, 운동을 격렬하게 하지도 않았는데 제 디스크는 무려 3개나 파열되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아픈 것이 당연한 몸이기는 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2년 동안 신나게 술을 마시고, 새벽까지 놀아대고, 운동은 단 1g도 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자라 오면서 운동을 잘 하지 않았던 몸이었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위기 의식은 전혀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자세가 좋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밖에 나가서 노는 것보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다고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고등학교 때는 학교 의자 만큼이나 PC방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엄마 미안해요. 어쨌든, 이런 저런 안 좋은 생활 습관이 쌓여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허리가 파열이 되었겠죠.


수술 이후로도 저는 허리 관리를 특별히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아픈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무거운 것을 들지 않는 정도의 관리가 전부였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여전히 술은 자주 마셨고, 체중은 늘어 났습니다. 퇴원 당시 의사 선생님이 당부했던 '절대 살 찌지 말고, 배 나오지 마라'는 조언은 잊은지 오래였습니다. 23살에 e스포츠 기자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제 생활 습관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타지 생활을 시작했고, 직장 생활에 맹렬히 파고 들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할게요. 솔직히, 의지가 없었어요.


제 허리는 잘 버텨주고 있었습니다. 2002년 수술 이후 꽤 오랫 동안 큰 아픔이 없었거든요. 물론, 불편한 통증이 자주 찾아왔던 것은 사실이고, 거의 대나무 수준의 유연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타는 듯한 통증이 골반을 감쌌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게 당연한 것인줄 알았습니다. '나는 허리에 칼을 댔고, 정상인과 다르니 이 정도의 고통은 평생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아마 2008년 즈음이었을 겁니다. 그 때 큰 통증이 찾아왔어요. 직감하건데 아마 디스크가 파열됐을 겁니다. 그런데 그 때는 그냥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게 놔뒀어요. 나름대로 버틸 만 했고, 직장에서도 제 허리 상태를 많이 배려해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 때 저는 엄청난 공포를 겪었습니다. 아마도 그 것이 제가 운동을 결심한 첫 번째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허리가 운동을 결심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어요. 솔직히 말해, 운동의 결정적인 계기는 '실연'이었죠.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도록 할게요.


어쨌든, 저는 약한 허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자주 아팠고, 하지 않아야 하는 행동에 대한 제약도 많았어요. 어리석게도 저는 운동으로 허리를 강화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20대의 초중반을 보내 버렸습니다. 조금 후회가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저는 운동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성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제 운동기는 그냥 좌충우돌, 시도와 재시도의 반복, 부상의 역사, 효율 제로였습니다. 앞으로 하나씩 정리를 해서 제 실수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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