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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현 Aug 20. 2015

가성비 좋은 카레 오븐 치킨

나만 즐거운 요리 시간!

닭이 먹고 싶었다. 세상에 있는 한국 음식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치킨 아닌가? 하지만 사먹고 싶진 않았다. 튀김 닭은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했고, 시켜 먹는 닭은 너무 작았다. 전주MBC에서 제작한 '육식의 반란3-팝콘치킨의 고백'을 본 뒤 치킨집으로 유통되는 닭들의 상태와 덜 자란 닭들의 고유의 맛을 가리기 위한 지나친 염지 작업 이야기를 들은 뒤 사 먹는 닭 요리는 썩 유혹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닭을 안 먹을 수는 없다. 치느님 아닌가? 닭이 맛있다는 사실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식재료인 것이다. 그래서 직접 해보기로 했다. 지난 8월 17일,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운 치킨' 요리에 도전했다.


내가 선택한 재료는 닭과 카레 가루였다. 닭의 잡내를 제거하는 방법은 많이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냥 양념 없이 구웠을 때 어떤 맛이 날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카레 가루를 선택했다. 이전부터 볶음밥이나 라면에 카레 가루를 넣어왔고, 요리에 카레 가루가 어떤 맛이 나는지 익히 알았던 터라, 구운 닭 요리에도 카레 가루가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카레 가루에는 강황 이외에 어느 정도의 조미가 되어 있으니 좋은 재료가 될 것으로 믿었다.


1. 닭을 우유에 재웠다. 30분 재우라고 했는데 20분 정도 재워 잡내 제거를 시도했다. 

닭은 조금 큰 것을 샀다. 정육점 아저씨께는 닭을 큼직하게 잘라 달라고 했다. 배달 치킨들을 먹을 때마다 느낀 것이니만 조각이 너무 작다. 가끔은 살코기보다 뼈가 더 많은 조각들이 발견되고는 한다. 생각해보니 가끔이 아니라 자주다.


2. 우유에 재워둔 닭을 물로 씻은 뒤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했다.
3.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한 닭을 맛술과 함께 다시 20여분 가량 재웠다.
4. 카레 가루를 적당량 넣고, 집에 있는 향신료 중 하나인 바질을 넣어줬다.
5. 카레 가루와 바질로 버무린 닭의 모습이다.

이제는 이것을 구워야 했다. 집에 오븐은 없었지만 가스렌지 위에 올려서 사용할 수 있는 오븐 비슷한 조리도구가 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겠다. 가끔 고기를 굽거나 생선을 구울 때 사용했고, 동생이 스콘 같은 간단한 빵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내가 가진 유일한 오븐으로 이 닭을 굽기로 했다.


6. 오븐 비스무리한 조리 도구에 닭을 예쁘게 펼쳐 놓았다.

오븐과 같은 효과를 내기는 하지만 진짜 오븐보다는 사용하기가 어렵다. 온도 조절도 쉽지 않고, 아무래도 열이 고르게 전달되지 못한 탓에 윗부분이 약간 탔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만족스러웠다. 탄 부분은 가위로 잘라냈는데, 아주 적은 부분만 버려졌다. 닭 껍질 부분만 탔다. 닭에 칼집을 잘 내어 뒀기 때문에 속까지 잘 익었다. 약한 불로 오랫동안 굽는 것이 비결이다.


7. 완성된 카레 구운 치킨의 모습! 육질도 부드러웠고, 잡내도 없었다. 카레의 은은한 향이 잘 어울렸다.

만족스러운 첫 구운 치킨 요리 도전이었다. 닭이 5,800원, 카레 가루가 1,850원이었고, 소금, 후추, 맛술, 바질은 집에 있던 것을 사용했다. 모두 다 샀다고 해도 10,000원이 약간 넘는 돈이 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맛도 괜찮았고 기름에 튀기지 않았기 때문에 건강에 좋을 것으로 믿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일반 치킨 집처럼 염지를 하지 않고 소금과 후추의 양을 내가 조절했기 때문에 나트륨 과다 섭취의 우려가 없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을 큼직한 닭 조각이었다. 다리 외에 날개도 두툽했고, 닭가슴살 부분에도 큼직한 살이 풍족하게 붙어 있었다. 치킨 요리는 이렇게 집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싶어 검색을 해보니 극소량의 기름만으로도 요리를 튀길 수 있는 에어 프라이기가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 다음에는 카레 가루 말고 다른 양념으로 도전해보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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