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이 모든 문제의 정답은 아니다
홍대입구역 근처에 갈 때면 종종 찾는 우동가게가 있다. 탱탱한 면이 일품인 곳이다. 손님들은 이 작은 우동집 앞에서 입장 순서를 기다린다. 뜨거운 햇볕도, 쏟아지는 빗물도, 한겨울 칼바람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결같은 손님만큼 주인장의 고집도 만만치 않다. 이 정도 인기면 분점을 내거나 가게를 넓힐 만도 한데 수년째 단일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추구하는 목적(우동맛)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 판단해서 일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사실, 맛집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소셜벤처와 유니콘에 대한 고민들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다루는 유니콘은 상상 속 동물이 아니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21년 3월 기준, 약 1조 1300억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K 유니콘 기대” “글로벌 유니콘 도전” 등 쏟아지는 기사만 봐도 유니콘에 대한 갈망이 느껴진다. 민·관할 거 없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곳이라면 유니콘의 탄생을 소망한다. 이 간절한 바람은 최근 소셜벤처 분야까지 확산됐다. ‘호랑이를 목표로 그리면, 망쳐도 고양이 그림은 된다’는 생각일까. 소셜벤처를 인큐베이팅하고 액셀러레이팅하는 곳마저 유니콘의 탄생을 외치고 있다.
실제로 유니콘을 목표해야 된다는 조언에 말문이 막힌다는 소셜벤처 창업가들이 적지 않다. 작은 조직으로 기업을 유지하고 싶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드러내기 어렵다고 한다. 마치 비혼주의자가 명절날 친척 어르신 눈치 보는 느낌이랄까.
우선 스타트업과 소셜벤처의 차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은 설립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을 말한다. 비즈니스모델(BM)이나 수익구조, 주요 고객층 등 사업모델보다는 설립 시점이 주요 판단 기준이다. 반면 소셜벤처는 영리적 가치(수익)와 함께 사회적 가치(소셜임팩트)도 추구하는 초기 창업기업이다. 사회현상이나 구조에서 문제점을 찾고 그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기업 차원에서 제시한다. 다시 말해 소셜벤처는 설립 시점과 설립목적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유니콘은 극한의 양적 성장을 이뤄낸 벤처에게 주워지는 칭호다. 매출, 영업이익, 주주 가치 등 재무 성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호랑이를 목표로 그리면, 망쳐도 고양이 그림은 된다’는 식의 전략도 가능할 것이다.
반면 소셜벤처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유니콘을 목표하는 순간 경영자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니어 일자리 문제를 다루는 A기업이 있다. A기업은 노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적 자립을 유도한다. 그런 A기업에게 대규모 수주 계약 제의가 왔다. 양적 성장을 중시한다면 이 제안을 거부할 이유는 없지만 소셜벤처의 입장은 다르다. 급증한 물량만큼 시니어 근로자의 업무 강도는 높아질 개연성은 크다. 그렇다고 일회성 계약만 보고 인력을 충원하기는 부담스럽다. 결국 A기업의 소셜미션과 상충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처음 거론했던 우동집을 다시 생각해보자. 양적 성장이 정답이 아닌 때도 있다. 비대해진 덩치가 도리어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유니콘이라는 목표를 강요받고 있는 소셜벤처 창업가에게 감히 조언한다. 유니콘을 꿈꾸지 않아도 괜찮다. 비전과 미션을 성취하다 보니 유니콘이라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일 뿐, 유니콘 자체가 소셜벤처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