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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진 May 10. 2020

나에게 글쓰기란...

글쓰기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마음의 부름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그 부름은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다. 불현듯 자신의 생각을 적고자 하는 순간이 아닐까? 나에게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어느 날, 내 머릿속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이유도 몰랐고,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글을 쓰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내가 몰랐었던 나 자신을 발견했다. 길고 긴 글을 쓰면서 어쩔 수없이 내면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손에 쥔 펜은 과거와 현재를 다르게 보이게 했다. 글이 된 생각이 더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그것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자신의 내면 가까이 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 없이 글을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예술 작품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오로지 그것을 빚어내는 사람의 믿음이 전부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 없이는 시작도 완성도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일과 자신의 글에 욕심을 부려보는 것도 오직 믿음이다. 자신이 글이 형편없이 느껴진다면 결코 존재할 수 없다. 부족한 글을 남겨놓을 사람 역시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 반대라면 어떤 글보다 뛰어난 글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글이든 예술이든 그것을 완성하는 힘은 오로지 자신의 만족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글이 좋아 보이는 것도, 아닌 것도 모두 애정이다.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애정을 떠나서 얘기될 수 없는 이유이다. 글을 쓸 수 있는 힘은 자신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벗어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글쓰기는 부끄럽든 아니든 솔직한 마음을 쓰는 일이다. 또 자신이 쓰지만 그 글을 읽어줄 대상 역시 자신이 우선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들 먼저 자신을 위해 쓸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 글쓰기를 돌이켜보면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나는 어떤 글보다 내가 쓴 글을 읽을 때가 즐겁다. 부끄러운 말이긴 해도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자신의 글을 읽으면서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글을 쓸 이유가 없다. 오직 자신을 설득시킨 글이 글이 되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지 않은 글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으니까 말이다. 자신의 글이 기쁨을 줄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의 생각이고, 그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글자로 묶어놓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순식간 사라질 생각을 그럴듯하게 저장해 놓아서이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알게 될 당연한 사실이다.

자신에 대한 애정은 끊임없이 생각을 불러온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수없이 만들어지고 소멸하는 질문과 답이다. 생각은 시간 따라 흐르고 빠르게 사라진다. 그것을 더 선명하게 그려내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이다. 글자라는 도구가 있기에 나 자신의 생각을 섬세하게 남겨 놓을 수 있다. 생각을 쓰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 목적이 아니라 쓰고 싶어서 쓰다 보니 조금이나마 생각과 글이 이해되었다. 글을 쓴다고 해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그게 나 자신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이라 하지만 생각이 글자의 몸을 빌렸을 뿐이다. 저절로 들게 된 생각에 펜을 통해 만들어진 생각을 덧입힌다. 생각은 펜을 타고, 그 펜은 지면에 또 다른 생각을 수놓는다. 하얀 지면이 반듯한 글자로 한 줄 두 줄 채워질 때마다 뭔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잘 썼든 못 썼든 그게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이 지난 후, 다시 써놓은 글과 마주하면 분명 나를 미소를 짓게 할 거다.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도 바로 그 미소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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