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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진 Oct 30. 2019

내 마음속에

아주 사적인 글쓰기 예찬론

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는 나 자신 말고 누구도 알지 못한다. 아픔은 온전히 내 몫이다. 내가 이렇게 힘들고 외로운 건, 오로지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어차피 혼자 감당하고 풀어 갈 수밖에 없다.


세상은 왜, 조용히 살고 싶은 나에게 이렇듯 큰 고민을 안겨주는 것일까? 내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마음의 평화밖에 없는데, 과연 그렇게 큰 욕심일까?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내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으니까. 아마도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부터.


나는 욕심이 별로 없다. 그냥 살아가고 싶을 뿐, 뭔가를 원하지도 또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고통은 순전히 내 것이기에 홀로 감당하고 풀어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마음도 현실 앞에서 무너질 때가 많다. 그저 살아가고 싶은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기에 내 마음속은 언제나 혼란에 휩싸여 있다. 원래 인생이 그런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누군가의 삶은 나와 다르기에 나만 홀로 그 무게를 감당하기가 꽤 어렵다.


아픔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그래서 글을 쓰지만 자꾸만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이 내 주위에 많아 괴롭다. 아픔은 기쁨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세상이 나의 이런 믿음을 무너지게 한다. 내 업보일까? 고통으로 점철된 내 삶이 나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과연 나는 평온함을 찾을 수 있을까? 자꾸만 나약해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과연 나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얼굴과 마음은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다. 마음이 좋지 않으면 얼굴도 좋지 않다. 또한 얼굴이 좋지 않으면 마음도 좋지 않은 것이다. 내 얼굴이 요즘 그런 상태이다. 어쩔 수없이 웃다가도 갑자기 표정이 굳을 때가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런 경우가 없었다.


사실 웃음은 꺼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웃음은 서서히 멈추는 것이라 생각했지 자동차 브레이크처럼 인위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었다. 나는 요즘 내 표정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굳은 표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웃어도 웃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웃음을 잃어버린 지 오랜 시간이 된 듯하다. 사실 그 시간은 매우 짧지만 내가 이렇게 웃음을 잃었던 적이 없었기에 내 마음이 그렇게 기억을 하나보다. 이제야 웃음이 나에게 주었던 의미를 알겠다. 나는 그동안 웃음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았다. 웃음은 그저 자연스럽게 누구나 얼굴에서 피어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웃음에 대해 무지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내 얼굴은 굳어있다. 다른 때와 달리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글을 쓰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글을 쓰면 조금 나아질까 해서 노트북을 펼쳤지만 아직까지 내 마음이 그대로이다. 하지만 힘들어도 써야 한다. 내 표정에 그리고 내 마음에 다시 웃음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은 글쓰기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글쓰기가 유일하다. 이처럼 하루 종일 가라앉은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밖에 없다. 글을 쓰면 조금이나마 현실에서 비켜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맞서고 싶은 마음이다. 머릿속 고민을 모두 빼내버리면 다시 평온함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이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힘들지만 조금 더 참고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시간은 흐를 것이고 고민 역시 시간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 믿고 싶다. 현재는 분명 과거가 될 테고, 나는 언제인가 현재에서 과거가 된 지금을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사실은 현재만 아프다는 것이다. 과거는 생채기에 딱지가 만들어지든 어떻게든 아물 수밖에 없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펜을 놓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가 더 길게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면 아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나는 내 머릿속에 가득 차있는 것은 꺼내기만 하면 된다. 기쁨은 배가될 것이고 아픔은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도 있을 테니까, 믿고 써본다. 아직까지 내 표정은 굳어있지만 내일이면 다시 웃음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지금 쓰는 이 글을 먼 훗날 다시 읽었을 때, 내 얼굴에 미소가 한껏 만들어지기를 고대한다. 오늘 쓰는 글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힘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글쓰기를 이야기하면서 늘 과정을 외쳐댔지만 이번만은 결과에 잠시 기대 본다. 웃음을 다시 찾을 날을 고대하면서.




https://brunch.co.kr/brunchbook/good-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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