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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진 Oct 01. 2019

글쓰기 역시 관심이다

아주 사적인 글쓰기 예찬론

관심이라는 단어는 힘이 아닐까 한다. ‘관심’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사물에 끌리어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라 한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관심을 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왜냐하면 누구든 모든 일상이 관심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은 꽤광범위하고 흔한 말이라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누구든 또 어떤 삶이든 자신과 직결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자신을 일으키고 움직이는 주체가 관심이다. 또한 관심을 배제하고 자기자신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어떤 관심도 없는데 그게 말이든 행동이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의든 타이든 뭔가에 관심을 가져야지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밤마다 잠을 청하고 아침이면 눈을 뜬다. 사실 잠들기는 쉬워도 깨어나기는 꽤 힘들다. 천근만근 같은 몸을 일으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관심 때문이 아닐까? 직장이든 학교든 다녀야 한다면 뭔가 관심이 있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자신 또는 가족을 돌볼 필요가 없다면 깨어날 이유도 잠들 이유도 없지 않을까? 당연한 것처럼 보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뿐이지, 관심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담긴 필연적인 이유를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은 관심으로 시작해 관심으로 끝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니까 말이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일 역시 관심의 결과이다. 요리는 물론 그림을 그리는 일 또한 관심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음악이든 요리든 흥미 없이 행동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그 모습 자체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뭔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눈 뜬 장님과 다를 것 없으니 보려야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관심있는 분야에 흥미를 보이고 재미를 느낄 테니까.


늘 지나는 길 또한 신경 써서 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하루하루 숱하게 지났을 길 역시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 보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새로움이 보인다. 관심이란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현상을 바라보는 행위라 말할 수 있다. 즉, 눈을 뜨고 있을지라도 잘 보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게끔 하는 행위이다. 무엇이든 관심을 갖는 순간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고 알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연유로 모든 일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글쓰기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초등 교육만 받았다면 누구나 쓰고 읽을 줄 안다. 또한 사람이라면 단 하루도 글자 없는 삶을 영위할 수 없다. 그만큼 자주 쓰고 흔하게 보이는 것이 글자이다. 이렇듯 누구나 쓰고 다룰 줄 알지만 자신의 생각을 적고자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늘 상 보고 쓰지만 스스로 새로운 뭔가를 쓰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어쩌면 관심이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글은 쓸 줄 알지만 자신의 생각을 손수 써보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힘들지는 몰라도 관심이 있기에 시도를 해보는 것이 아닐까?


글쓰기는 관심이 시작이자 전부이다. 쓰고자 하는 마음은 물론 본격적인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관심을 가지고 직접 자신의 생각을 옮겨 봐야지만 뭐라도 쓸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에 도통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쓰기란 불가능할 테니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이처럼 먼저 관심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관심은 이미 시작인 것이고 시작은 결과인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또 다른 관심을 만들어내고 또 다른 관심은 다른 결과를 만들 수밖에 없다. 힘들지만 즐거움이 있고 즐거움이 있기에 힘들어도 쓰는 게 글쓰기인 것이다.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면 관심이 만들어낸 결과에 대한 즐거움이다. 나는 가끔씩 글쓰기에 대해 몰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관심이 없었다면 내 삶에서 가끔이나마 만들어졌던 즐거운 결과가 많이 줄었을 것은 분명하다. 사실 내가 글쓰기를 해오면서 만들어냈던 결과물은 훌륭하지도 많지도 않다. 다만 내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해 썼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그 의미가 나에게는 결과인 것이다. 글쓰기가 내 일상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이 말이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 역시 결과이다. 또한 이 글이 누군가에게 결과를 만들어 줄 수도 있기에 이렇게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바람을 오직 한 가지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단지 이것뿐이다. 크든 작든 관심은 이미 만들어질 결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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