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아홉 시 경에 잠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못 자고 열두 시에 눈이 떠졌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일 것이다.
요즘은 이런 일이 잦으니까...
두 시간 정도 음악을 들으며 뒤척이다가
저녁에 먹다만 와인을 따랐다.
마트에서 산 저렴한 와인이지만
그 맛이 꽤 괜찮았다.
내가 지금 와인을 마시는 이유를 안다.
다시 잠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음악, 자줏빛 와인에 나를 기댄다.
나는 늘 나 자신에게 기대 왔다.
나는 늘 자신을 위로하며 살아왔으니까.
나는 언제나 혼자였으니까.
어제도 오늘도..
내 옆에 아들이 잠들어 있어도,
이 순간 나는 혼자이다.
내 머릿속에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으니까.
눈 감는 날까지 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시간이 두렵지 않다.
받아들이면 되니까.
받아들이면 쉬워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