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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은 Oct 23. 2023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우울증에도 완치가 있을까?

단약하고 3개월이 지났다..(6월 마지막주쯤 단약함.)

9월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대략 50일 정도는 오한, 메스꺼움, 구토증상, 무기력감 등으로 괴롭고 힘든 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아프면서 나는 ".. 결국 다시 약을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과 "아.. 너무 싫다, 진짜 그만 먹고 싶은데"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울고 또 울었다. 매일매일 타이레놀을 먹으면서 겨우 잠에 들었다. 체온계는 정상이라는데, 자꾸 나에게만 느껴지는 열감이 더웠다가 추웠다가 내 몸을 조종하는 것 같았다. 유튜브나 이런 것들을 볼 수도 없었다. 그저 울다가 잠들고 잠이 깨면 또 약을 주섬 주섬 삼키고 그렇게 지냈다. 한 달이 넘게 천장과 벽만 보면서 지냈고 아르바이트만 겨우 다녀와서 또 약을 먹고 누웠다..


하루는 너무 누워있어서 무기력한가? 싶어서 친구랑 드라이브를 다녀왔는데, 억지로 카페에 나가서 책도 보고 해서 기분전환이 되는 듯했지만 점심으로 먹은 파스타에 메스꺼움이 심해져서 바로 집에 와버렸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그냥 다 토해버리자! 그래, 식이장애가 우울증보다 나았던 것 같아.'라는 이상한 마음이 들면서 눈물이 터져버렸다. 거실에서는 엄마가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내 울음소리에 너무 놀라서 방에 들어오셨다. 엄마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더 울음이 터져서 "너무 아프다." 그리고 "뭘 먹으면 자꾸 토할 것 같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근데 이상하리만큼 엄마는 담담하게 "토하고 싶으면 토하면 되는 건데? 왜 뭐가 하기 싫은데?"라고 물었다. 따듯한 물을 한 잔 먹어보라며 달래고 등을 쓰다듬으면서 엄마는, 딸이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질환을 앓는다고 해서 엄마도 공부를 꽤나 했다고 하면서 자꾸 위로를 해줬다. 우울증 약을 다시 먹고 싶지 않은데, 너무 아프고 유튜브에서 봤는데 우울증 약에도 '금단현상'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 얘기를 먹기 전에 해주지 않은 의사들이 너무 야속하고 밉다고 말하면서 계속 울었다. 엄마는 '금단현상'이 맞다면,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고 벌써 한 달이 넘게 아팠다면 이제 끝나갈 거라고.. 그렇지만 음식을 먹은 뒤 자꾸 메스껍고 토할 것 같다면 위염일 수도 있으니까 위염약을 3일만 먹어보자고 했다. "그 어떤 약도 먹고 싶지 않다. 진통제도 너무 아플 때 자기 전에만 먹었다."라고 어리광 피우던 나에게 엄마가 제발 위염약을 한 번만 먹어보고 그다음에도 차도가 없으면 이번에는 정신과 말고 내과에 가서 내시경을 찍어보자고 했다. 자꾸 나를 어르고 달래는 엄마를 보면서, 생전 본 적이 없는 엄마의 모습에 누그러져 위염약을 받아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3일 정도 지나니 메스꺼운 느낌은 없어졌는데 미열이나 무기력한 느낌은 계속되어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속에 '하나라도 없어지니까 살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마음이었다. 혼자서 문밖을 나설 용기는 아직 없어서 퇴근 후 한강을 걷는 친구를 따라서 하루에 만보씩 (비 오는 날 빼고) 걸으면서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화에서 "우울증은 시계추처럼 움직이며 나아지기 때문에, 오늘은 힘들다가 언제는 괜찮은 것 같고 또 그러다가 힘들어지고 그렇게 반복하다가 그 폭이 줄어든다."라고 했다. 그 말을 믿어보려고 주말까지 꼬박 열흘을 친구 덕분에 하루에 만보, 이만보씩 걸었다.


그러다가 다른 친구의 추천으로 KBS 예능 '홍김동전'을 알게 되었는데, 유튜브에는 10분짜리 영상만 업로드되어서 전체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전체를 다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 검색해 보니 웨이브라는 플랫폼에서 홍김동전을 볼 수 있다고 하였고, 첫 달에는 무려 100원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 가입을 하고 결제를 했는데 11만 2천 원이 결제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내 한 달 월급이 27만 원인데??? 11만 원이라니??? 갑자기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났다.. 숨죽여 울고 있는데 또 엄마에게 들켜버렸고..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데 대답도 못하고 "12만 원... 12만 원이 결제되었어..."라고 하니 엄마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줄 알고 너무 놀라셨다. 노트북 화면과 핸드폰을 번갈아 보면서 보이스피싱이냐며 신고하겠다고 하셨는데 내가 너무 우니까 엄마가 좀 다그쳤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100원이라고 해서 가입해서 결제했는데 12만 원이 결제되었어.."라고 하니 엄마가 "그렇게 세상 좀 배워야지.. 엄마도 티빙한테 속은 적 있어.. 너같이 젊은애들도 속는구나. 그냥 열심히 봐."라고 하고 나가셨다. 나는 이런 간단한 일도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짜증도 나고, 월급의 절반을 계획도 못한 일에 써버린 내가 한심하고 또 환불을 눌렸는데 11만 원이 현금이 아닌 웨이브 코인으로 환불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자꾸 눈물이 났다. 어제는 일요일이라서 고객센터나 1:1 문의도 연락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잠을 자고 오늘(월요일) 해결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자꾸 누워서 눈물이 나고 또 나 같은 건 진짜 죽어야 하나 봐.. (자살삽화, 자살사고라고 합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 우울해졌다. 


울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도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상담사분과 계속 말싸움을 하며 대성통곡을 하는 꿈을 꿨다. 그렇게 울다가 잠이 깼는데 시계를 보니 오전 9시 10분이었고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환불을 받았는데 아직도 카드취소가 되지 않아서.. (통상 2-3일 소요된다고 함) 아직도 자꾸 눈물이 나고 불안하다.. 취소가 안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자꾸 숨이 막히고 눈물이 난다. 홍김동전을 알려준 친구와 전화하면서 이런 얘기를 하니, 친구는 숨이 넘어가게 웃던데 나는 말을 하면서도 지금 글을 쓰면서도 자꾸 눈물이 난다. 정말 만에 하나, 카드 취소가 잘 안 되면 나는 또 누구한테 어떻게 전화를 해야 할까? 벌써부터 걱정과 눈물이 앞선다.. 그래도 시계추처럼 내가 조금 좋아지는 것 같은 순간은.. "12만 원 때문에 어제 죽을 뻔했잖아? 안 하길 잘했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거.. 그 정도가 있겠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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