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선 Apr 02. 2019

대화, 어쩌면 기본, 하지만 어려운...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UX의 기본

UX의 가장 기본은 소통이다. 올바른 소통 이콜 올바른 이해라고 생각한다. 즉 소통하는 법을 알아야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시킬 수 있다. 그리고 소통의 기본 중의 기본이 바로 대화다. 필자 같은 경우 말주변이 정말 없다. 말에 두서가 없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이것을 상대방에게 바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아이디어를 글로 정리하고 개념과 플로우를 제대로 숙지했을 때 비로소 설명이 가능하다(준비 없는 설명에 어려움을 느낀다).  필자는 이런 결과가 '대화의 훈련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타인과 대화를 많이 해보고 자연스럽게 소통의 방법을 습득해야 하는데 필자의 경우 어릴 적부터 소심한 스타일이라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소통의 중요함을 느끼고 억지로라도 대화를 해보려 노력하지만 익숙하지 않아 표현이 영 어색하다. 어떻게 해야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고 나의 생각을 온전히 표출해낼 수 있을까? 요즘 이런 고민을 하다 문득 최근에 느낀 점에 대해 쓰고자 한다.  




지하철에서의 유레카!


지하철에서 내리다 은연중 같이 내렸던 모녀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딸은 대충 가늠 잡아 9살쯤 돼 보였다.


"(주변을 살피며) OO아, 어! 잘 내렸어?"

"엄마, 나 못 내린 줄 알았어?"

"응~ 안 보여서 놀랐잖아~"

"나 못 내렸으면 어떡할거야?"

"못 내리면? 경찰 아저씨한테 찾아달라고 해야지~"




사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대화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목석같은 나에겐 뭔가 깊은 교감이 오고 간 대화라고 느껴졌다. 나 같은 사람은 원체 시니컬하고 돌처럼 차가운 사람이라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지면 그에 대한 답변만 해주는 사람이다. 즉 내게 '?'는 언제나 '!' 혹은 '.'의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오늘 9살짜리 아이가 '?'를 '?'로 답하는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필자였으면 그냥 "ㅇㅇ 잘 내렸음"하고 가던 길 갔을 것 같다. 인정하기 싫지만 9살짜리 꼬마 아이가 나보다 대화하는 법을 더 잘 알고 있었다.


'대화의 목적은 뭘까?' 이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록(rock)'타입 인간인 것이다. '록'타입 인간이라면 필기해두자. 


'대화엔 목적(Goal)이 없을 수 있다.'


목적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지속적으로 이루어나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듯하다. 목적은 뭔가를 달성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느낌이 강하지만 대화는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가령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나 "오늘 날씨가 덥죠?" 같은 질문은 상대방이 식사를 정말 맛있게 했는지, 혹은 날씨가 정말 덥다고 느끼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런 대화는 상대방과 교감하고 관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노력에 가깝다.


'이론의 여지가 있는' 질문


필자는 낯을 엄청 가린다. 아마 낯을 안 가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필자 같은 경우 낯을 심하게 가려서 웬만하면 둘보다는 세명 이상 모이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가끔 3명이 모이면 한 명은 일이 생겨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너무 어색해서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고 아무 알림도 없는 카톡을 들락날락거리게 된다(웃지 말자... 우리 모두의 얘기다). 이땐 주로 한 명이 총대를 매고 궁금하지도 않던 질문을 쥐어짜 던지는데, 어느 센가 질문은 꼬리의 꼬리를 물어 원만한 대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질문을 막 던지진 말자. 질문도 일류 질문이 있고 삼류 질문이 있는데, 주로 일류 질문은 이론의 여지가 있다는(debatable)특징을 가지고 있다. 같은 주제의 질문이라도 '이론의 여지가 있는'질문은 대화를 더 깊이 있고 풍성하게 해 준다. 예를 들어 남녀가 둘이 아보카도 연어덮밥을 시켜먹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남성이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일류 질문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연어는 정말 좋아하지만 아보카도는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어요. 먹을 순 있지만... 굳이 사서 먹지 않는 음식? OO 씨는 아보카도 좋아하시나요?"


여성은 이 질문을 듣고 잠깐 생각한다. '아보카도의 맛을 어떻게 표현하지?', '아보카도의 이런 특징을 어떻게 설명하지?' 그리고 남성에게 아보카도의 맛과 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꺼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삼류 질문도 한번 들어보자.


"이 집이 맛집이라고 소문나서 왔는데, OO 씨는 맛 이 어떠세요?"


딱히 이론의 여지가 없는 질문이기에 여성은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맛있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이론의 여지가 있는 질문'은 상대방을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을 거친 대답에는 논리가 있으며, 논리 있는 말은 길이부터가 다르다. 굳이 말을 길게 장식해야 하는가, 그냥 간단명료하게 포인트만 전달하면 되지 않는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만 확실한 건 탄탄한 논리가 있는 말에는 흡입력이 있다는 것이다.




UX 디자이너로서 우리는 이목을 끌 수 있는 흡입력 있는 말을 해야 한다. 속된 말로 '썰을 푼다'라고 하는데, 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은 더 재미있는 말, 앞 뒤가 맞아떨어지는 논리 있는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이런 '썰을 푸는'능력이 부족해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것 같다. 나의 생각을 온전히 표출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그럼 이만 총총...

작가의 이전글 UX/UI 그리고 CX에 대하여 2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