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물결, 낱장 2
많은 것을 함께 하려 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모든 관계에서 하나부터 열까지라는 건 존재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섯이라도 가면 다행이니 그것으로 고마워하는 게 좋다. 한 도시에 발 딛고 생활하면서도 늘 이방인의 심정으로 헤매는 것 같다. 어느 누구도 내 마음 같을 수 없고 그 속도도 맞을 수 없다. 그것을 인정하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착오를 거름으로 착각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고 열성적으로 해왔던 노릇도 끝나는 날이 오겠지. 자유로운 강박에서 풀려나는 때가 오겠지. 불안이 지속되면 온밤이 무한할 것처럼 생각 속에 빠진다. 얼마나 깊은 우물일까. 알지 못하는 물속에 나를 빠뜨려본다. 가장 싫어하는 곳에 나를 가만히 둔다. 허우적대는 것을 지켜보고 싶어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 살 수 있었을까. 물방울이 떼지어 눈가에 거꾸로 매달리면 온갖 물체가 투명이 되어 밤을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