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물결, 낱장4
보이차를 마시고 싶어 식탁으로 간다. 좋아하는 찻집에서 구한 자사호, 깊은 맛이 나는 부지년산 찻잎, 아주 작은 나무 티스푼, 물을 보내는 차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초록색에서 흰색으로 바뀌는 양배추 차총(차의 친구라는 말이 좋다), 그리고 아끼는 찻잔 딱 한 개. 흰색 포트에 500ml의 물을 붓고 전원 스위치를 누른다. 의자에 앉아 벽을 마주보며 가만히 기다린다. 방에서 비추는 빛이 어제와 다른 방향으로 그어져 있다. 아직 걸지 못한 액자 두 개가 바닥에 놓여 있다. 물방울 터지는 소리가 금속 안에 가득차며 포트 물이 전속력으로 끓는다. 너무 부글대는 물을 쓰면 안 돼. 잠시 기다렸다가 차호에 부어주는 게 좋아. 기다렸다가 물을 붓고 뚜껑을 닫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물이 끓었어. 준비됐다. 찻잔을 바로 놓고 차판을 당겨두고 차호를 만지작거린다. 오늘은 보이차를 마실 수 있어 아무렇지 않은 것 같고 어떤 내용이 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