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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부부동반 모임이라니

30대 딸과 60대 엄마의 아옹다옹 일상돋보기

곧 불혹이 다가오니 남는 건 사람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새로 사귄 사람들과도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사회에서 만나면 잘 안 친해진다고 해도 내가 엄마 나이만큼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무려 30년을 함께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기에 지금부터 정을 나눠도 늦지 않는다고 믿어서다.

 가장 친한 친구 그룹 중에 중학교 동창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로 말할 것같으면 몸이 수직과 수평으로 모두 팽창하던 성장기를 함께 보내며 쌓은 추억이 많은 이들이다. 시험이 끝나면 항상 누군가의 집에 모여 삼겹살을 구워먹었고, 이성친구가 없을 때면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냈다. 매년 누군가의 생일이 되면 함께 모여 생일 축하를 하고 있다. 우리는 당시 유행하던 만화책 <꽃보다 남자>의 F4를 본따 스스로를 F4라고 불렀다. 4명이라서 그랬다.

 4명 중 2명은 결혼을 했다. 나를 포함해 2명은 싱글이다. 일은 싱글인 이 친구의 생일파티가 열린 날 벌어졌다.

 "나 요즘 만나는 사람있어."

 선생님인 이 친구는 1등 신붓감답게 정~말 소개팅을 많이 했다. 나를 포함해 친구들 모두 2~3번씩은 해줬다. 본인도 살면서 몇번이나 소개팅을 했는지 셀 수 없다고 한다. 아무튼 그 친구가 드디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았다니 F4에게는 진정 희소식이었다. 싱글이 나밖에 남지 않아 마음이 이상하지 않았냐고? 전혀 아니다. 이 친구는 나와 달리 결혼을 정말로 하고 싶어했기에 친구의 연애 소식은 나에게도 뿌듯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오빠 처음 만날 때 우리 부부동반으로 나갈까?"

 결혼을 한 다른 친구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정적이 흐르는 게 참 싫었다. 사실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한 대 두들겨 맞은 기분이랄까.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해버렸다.

 "그럼 난 그 모임에 안 나갈래."

  쿨할 수 있었는데 망쳐버린 게 아쉬웠다. 그리고 진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됨을 알았다. 친구들이 다같이 모일 때 만약 부부동반모임을 한다면 나는 나갈 수 없고 그렇게 나는 소외될 수도 있겠다는 점, 나때문에 부부동반모임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 친구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이었다. 친구 사이에도 애 있는 집과 애 없는 집으로, 심지어 애 둘 있는 집과 애 하나 있는 집으로 구분된다고 하던데, 결혼도 안 한 나와 남편도 있고 애도 있는 친구 사이는 얼마나 멀어진 걸까.

혼자 남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사실대로 말하면 그 말을 한 친구에게 서운했다. 지금 싱글이고 앞으로 혼자서 살 (것으로 예상하는) 나를 배려해줬다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그 친구는 변호사이다. 로스쿨 공부를 함께 한 지금의 남편과 오래 사귀고 결혼해 지난해 자식도 낳은, 평범하지만 빈틈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야무진 친구이다. 그 친구를 만나면  친구의 시댁이야기와 자식이야기를 나눌 일이 많은데 사실 그럴 때마다 나는 친구와 거리감을 느끼곤 했다.  아무리 친했어도 사정이 달라지면 멀어질 수 있겠구나 씁쓸해한 적이 있고, 때론 너무 자기 사는 이야기만 하지 않아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있다. (당연히 친구가 밉거나 그러지는 않다)

 F4를 만나고 오는 날이면 엄마에게 애들 근황을 상세히 알리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엄마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그냥 기분이 그랬다. 복면가왕을 보면서 거실에서 빨래를 개고 있는 엄마 옆에 앉아 함께 빨래를 갰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마음을 다독였다. 친구들이 모두 가정을 이루고, 언젠가 엄마가 떠나 내가 혼자가 된다고 해도 난 열심히 잘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선생님인 친구가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일까. 나는 진심으로 친구가 그 분이랑 잘 되길, 그 분이 친구가 믿고 있는 만큼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 긴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친구가 이번에는 깊이 사랑받고 사랑하길 바란다. 또 4명 중에 나만 혼자 남았을 때 내 마음이 슬퍼지거나 괜히 위축된다거나 외로울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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