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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Oct 12. 2023

엄마가 우리를 살렸다.

-일반병동 1일째, 입원 20일째

 


엄마가 입원한 지 20일째다.

중환자실에서 20일을 버텨주셨다.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나신 후에  무음이었던 내 핸드폰은 '소리'로 바뀌었다. 병원에서 전화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과 병원에서 오는 전화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팽팽한 긴장을 만들었다. 


벨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어젯밤 병원에서 전화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아지고 계신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지?'

"내일 일반 병동으로 옮기실 것 같으니 준비해 주세요~~"

진짜? 정말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하긴 했는데..  진짜였나보다.

급작스러웠고. 급작스럽게 기뻤다.


10일 전, P병원에선 엄마의 임종을 준비하라 했다.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그랬던 엄마가 깨어나시고 눈을 맞추고 하시는 하나하나가 다 기적이다.믿기지 않지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  P병원 원장의 무책임한 말에 우리 가족의 하늘이 한 번에 무너졌지만, 엄마는 힘을 내 주어 다시 우리를 살게 해 주었다. 쉼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엄마의 인지가 돌아오시지 않아서 가족들이 돌보는 게 가장 좋다고 하셨다. 게다가 잠깐 찾아본 간병비용은 진짜 어마무시! 일단 언니와 내가 한 번 해보자 했다.

불안과 걱정과 슬픔과 후회의 시간을 겨우 넘으니 간병의 시간이 시작됐다.  사실.  처음 해 보는 간병생활이어서 아직 뭐라 말할 수 없다. 진짜 느낌조차 안 온다. '긴 병에 효자 없다'라지만 아직 간병 1일 차여서  난 지금 매우 쌩쌩하고 효심에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새벽 두 시가 되어간다.

일주일 전에는 엄마가 내 앞에서  주무시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었고

 주 전에는 엄마가 생사의 경계에서 오래 머물 것을 상상도 못했다.  

오늘은, 가래를 뱉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능력이며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됐고. 가래를 뱉지 못하고 쉬는 엄마의 숨소리가 얼마나 애달픈지도 알게 됐다.



추석을 앞두고,  언니네 집에 아빠와 엄마가 가시겠다고 하셔서 '이 꿈같은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생각했던 시간이 있었다. 여행을 갈까, 집에서 진짜 푹 쉴까를 고민하던 '사치의 시간'들.. 집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 예약 취소하거나 늘 하듯이 헛돈 날리는 일들을 막을 수 있었으니까.


연휴 시작 전 날. 언니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두 번이나. 평소 좀처럼 전화를 안 하는 언니였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하셔. 나 남원에 있는데 집에서 자꾸 어디 갔냐고 찾고 남원에 여름에 왔었는데 지난주에 왔었다고 하시고.."

두근두근. 나의 이성과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알았어. 바로 갈게"

조퇴를 하고 바로 부모님 댁에 갔다.


그것이..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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