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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Oct 14. 2023

엄마. 눈을 떠요.

일반병동 3일째, 입원 22일째

주말  간병을 내가 맡았다.

금요일 오후 조퇴를 하고 12시부터 엄마를 간병하는데. 엄마가 너무 눈을 안 뜨신다. 어제 밤 12시에 잠깐 눈을 뜨셔서 뮈라뭐라 하시더니 다시 주무시고  지금도 억지로 깨우면 대답은 하시는데. 다시 자꾸 눈을 감으신다.


엄마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코까지 고시면서 쌔근쌔근 주무셔서. 정말 깨우고 싶지 않지만 이대로 계속 주무실까봐 겁이 난다. 점심 드신 후 휠체어로 산책을 가면 좋겠는데..



몇 번을 들어도 자꾸 잊어버리는 '레블라이저'. 가래가 옅어지는 기능이 있다고 했다. 처음 듣는 기계와 용어들 속에서 난 우주 바보가 된 것같이 모든 게 서툴고 모든 게 어렵다. 코로 주입하는 식사를 한번도  매끈하게 드린 적이 없다. 실수할까봐 천천히 할 수밖에 없는 내 움직임이  엄마를 괴롭게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실 때마다

"내가 누구야?" 물어봤다.

아까는 "둘째"라고 하셨다.

이게 이렇게 기쁜 일이라니. 정말 세상 일은 모르는 거다.


병원에 있지만  마음을 놓고 있기는 어렵다. 간호원분들은 정말 바쁘시고.  아까는 짓무른 데 바르는 연고를 발라야하는데. 손에 잡히는 바디로션을 바르는 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아마 상처에 아로마향만 가득할 뻔  했다.

바로 수습해서 다행이었다.


새로 옮긴 4인실 병동에선 사대가 보인다. 심히 공부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여기서 보니 정말 애틋하다.

대학 입학 때, 졸업 때 엄마아빠가 오셨었다. 재수하지 않고 무난하게 합격한 대학이라 우리 모두 호감이었다. 입학사진에서 입을 동그랗게 오무려 웃던 엄마가 생각난다. 맞다. 내 입모양은 엄마를 닮았다.


아직도 레블라이저는 기도의 습도를 심히 올리고 있다. 석션하고 점심식사를 때 드시게 하는 게 목표다.  


엄마와 눈을 맞추고 이아기하고 싶다.

엄마 눈을 떠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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