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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긍 Oct 16. 2023

"넌 좋은 딸이야."

일반병동 5일째, 입원 24일째

어제부터 휠체어에 앉으시면 눈을 뜨셨다. 너무 기뻐서

"엄마 눈에 힘을 줘요!"했더니 이렇게 힘을 주신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지만 깨어 계시면 뭔가 말을 계속 하신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귀를 입에 대고 듣는다.

그런데..주말 내 돌보아 드리고 있는데도 엄마는 자꾸 언니만 찾고, 언니 이름만 부른다. 너무하다 싶은데 서운하지 않다. 이렇게 뭐라뭐라 말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다.


질문하면 아무렇게나라도 대답을 잘해주셔서

"엄마.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하고 살짝 물어봤다.

그랬더니 갑자기 묵묵부답.

옆 침상의 간병인분이 들으시고 막 웃으시더니

"당연히 아들이 좋지!그쵸?"하셨다.

'설마~  지금 외국에서 들어오지도 않은 아들이라고?'

했는데, 엄마가 조용히

"맞아요.."하신다.

어이 없지만 웃기고 서운하지 않다.


서운하지 않다고 두 번 쓰니 서운한 것같지만 진짜 그렇지 않다.  엄마는 주무시다가 내가 도와드리면 "고마워요"라고 하신다. 오늘 새벽엔 "놀이 공원에 가야지"하셨고,  피를  뽑을 땐 아파하시면서 "아프지만 별 수 없지."라 하신다.


엄마의 머리 속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고 계신지 단서가 잡히니  안 답답하다.

새벽에 머리 상처를 드레싱하시는 선생님께는

"아야. 아야. 아퍼..매우 아퍼.."라고 뮤나뭐라 감정을 섞어 말을 하는데 진짜 기쁜 거다.


엄마의 희노애락이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

엄마의 희노애락과 나의 희노애락이 강하게 연결돼있다는 걸 어느때보다 많이 느껴진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 복도를 한참을 돌았다. 잠깐 앉았는데 엄마가 나와 눈을 맞췄다.

"넌 좋은 딸이야."

응? 뭐라고? 다시 듣고 싶었다.

"사는 게 참 힘들다.."

엄마..  힘을 내요. 조금만..

"언니한테 헛고생 하지 말라고 해."

그건 꼭 말해줄게...


잠깐 있었던 대화에

심장이 조였다 풀렸다 울린다.


엄마가 잠자지 않는 시간.

엄마의 의식과 만날 수 있는 그 순간이

지금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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