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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은영 Feb 12. 2024

넓디넓은데

인터넷. 

끝없이 펼쳐져있는 공간. 영화 <매트릭스>에서 녹색 디지털 문자로 표현되는, 그러나 우리 눈에는 구현된 결과물로만 보이는, 무한한 바이트의 공간. 내가 만들자면 끝도 없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 그것이 곧 나의 세상. 


수많은 nods로 이어져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 


하자면 얼마든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만, 길을 잃어버리면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다. 길을 잃어 키보드의 어떤 버튼을 누르는 것이 우선순위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 그저 본능이나 감각에 의지해보아도 딱히 약간의 추동도 생기지 않는 이 알 수 없는 상태. 


이 공간에서 그저 헤매고만 있는 기분이다. 문득, 책상 서랍 정리를 야무지게, 아주 완결되게 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서랍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거의 일일이 파악하고 있었고, 사실 복잡할 것도 없이 종류별, 기능별로 분류해 정리하는 것이 쾌감을 주는 활동이었다. 그리고 어렵지 않았다. 받아놓은 명함이나 쿠폰을 하나하나 살펴 버릴 것, 보유할 것을 나눠 정리하고, 아날로그적으로 모아둔 영수증을 일일이 살피며, 장기적으로 보관할 것과 버릴 것을 나눠 처리하곤 했던 것.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나와 밀착감 있는 그것들을 찬찬히 살피며 정리해서 다시 곁에두는 행위, 그렇게 만져지는, 실감 나는 것들이 필요한 기분이다. 적당히 경험한 나의 세계에서 내가 세운 목표와 계획을 만져지게 가져가며, 이 드넓은 세상의 다른 수많은 것들을 대단히 살펴보지 않고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지인의 도움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제법 명쾌하게 발견하며 실천해 가는 삶, 그것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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