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진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이은영 Jan 21. 2024

레고랜드 말레이시아 연간이용권

레고랜드 말레이시아 연간이용권에 의지하여 아이의 즐거움을 도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지낸 지 이제 5주가 넘어간다. 이제 남은 기간 3주, 남은 기간이 지나온 기간보다 짧아지니, '용케 이렇게 건너왔구나.' 싶다. 벌써 한국에 돌아갈 생각에 설레는 마음도 든다. 


아이가 어학원에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이의 참을성이니 뭐니 아이 탓만 할 문제가 아니었다. 요모조모 살펴보니 운영한 어학원 측이나 나의 탓도 있었다고 본다. 어른들의 책임감 부족이었고 어른의 기준이나 편의에 따른 관점을 가졌던 탓이었다. 그렇게 정리하고는 아이와 찬찬히 깊은 대화를 했고, 아이가 잘 해준 부분에 중점을 두고 거둘 의미만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아이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결코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지 않으려 노력했다. 엄마가 아이 앞에서 마음 졸이는 느낌을 계속 주면 아이는 어쩌면 멋대로 자기감정을 휘두르고 이용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아이에게 아무리 주어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 엄마의 사랑은 많이 주려고 노력하고, 그 뒤 지켜야 할 선을 나직하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조금은 아슬아슬하여도 아이가 그 기준을 수용하는 느낌으로 유지해 온 듯하다. 


마음을 담은 한 마디를 아이에게 건네고, 아이가 수용하는 듯 가만히 들어줄 때만큼 뿌듯할 때가 없다. 물론 내 욕심에 몇 마디 더 부어 넣으려 하면 바로 빠이야쌰 반응이 와서 서로 기분이 상할 때도 있다. 어찌 늘 원만하겠나. 


아이의 스트레스 관리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 레고랜드 말레이시아 연간이용권이다. 여기서 사귄 동생들과 거기에서 만나 종일 신나게 놀면 아이의 즐거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노는 동안 내내 기다림의 시간이기에 (거기서 유난스럽게 책을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영을 한다고 할 때 아이가 나랑 놀아주지도 않거니와 수영 후 뒷 처리를 아이 것과 더불어 나의 것까지 해야 하는 생각에 아서라... 가 된다), 숭고한 이 어미의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다가도, 이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위안을 느끼기도 한다. 


어제와 오늘 연이어 레고랜드를 다녀오면서 확실히 이용권 뽕을 뽑았다. 뿌듯하다 뿌듯해. 

다양한 경험은 나로서는 그다음 문제이다. 아이가 가장 즐거워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내 마음도 가장 행복하게 한다. 싱가포르 여행도 다녀왔고 코타키나발루에도 다녀왔으니 그만하면 되었다. 더 이상의 난리부르스는 되었다. 


딸아이는 앞으로 3주간, 내일부터 새로운 학교에 다닌다. 처음 4주는 어학원, 그리고 마지막 3주는 국제학교에 등록했다. 영어공부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속에서 어떤 의미가 오가고,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 느껴질 새로운 느낌과 배움을 기대한다. 우리 딸이 아직 어리기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영어 실력 때문에 주눅 들지도 모르지만, 그 외의 것도 즐겁게 누릴 수 있는 조금의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조금 긍정적인 시각으로 살짝 마음을 열고 스스로를 토닥이면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난다면 그걸로 족하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끝까지 다 마치는 것만도 너무 훌륭하다. 방학 동안 그 긴 시간 수업을 또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어른들 욕심에 조금 더 나은 환경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밀어 넣었음을 안다. 아이의 판단에만 맡기자니 아이의 성장에 과연 충분한 비료를 주고 있는지 늘 불확실하여서 아무리 신중하였어도 섣부를 수 있는 판단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이 과정에서 의미를 알알히 찾아 수확해 놓는다면 후에 어떻게 이를 이용할지는 아이의 몫이겠다. 그렇게 믿고 가는 수밖에 없겠다. 


너무 용쓸 필요도 없다. 지켜보고 그때그때 필요한 노력을 하자. 아이와 함께 해보자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징글징글한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