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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은영 Apr 01. 2024

주문을 외워보자 '나의 삶은 소중하다' (2)

Being continued from https://brunch.co.kr/@saeronagi/103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때려치워지더냐?' 암요, 못 때려치운다.  

온갖 겐세이('훼방'의 일본어. 이 단어 발음이 가지는 뉘앙스가 제대로라 사용을 포기하기가 어렵다)가 치고 들어와 나의 온 기운을 빼놓는다고 그 겐세이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내 삶의 구성요소마저 포기한다? 그건 삶에 횡포를 부리는 게 아닌가? 일종의 자학이다. 


코칭 실습을 하고 있다. 둘이 짝이 되어 코치와 고객의 역할을 번갈아 한다. 내가 고객 역할을 할 때, 감정이 휘몰아치고 갈기도록 내버려 두는 현상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았다. 문제는 그 겐세이가 아니라 겐세이를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이었다. 감정이 뻗치도록 내버려 두고 결국 기분이 태도가 되도록 방치한 것까지는 깨우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면 감정이 내리 달려 나가지 않도록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무언지에 집중해서 코칭을 진행해 갔다. 


먼저 나의 기운을 쫙 빼가는 상황을 돌아봤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봐도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을 때 누구나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 수도, 또는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상황에 대한 고민은 그것대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옳다. 좌절감이 무력감이 되고, 당면한 문제가 내 전체를 잠식하도록 둔 것이다. 결국 이런 태도는 내가 하는 일, 가족을 위한 각종 서비스, 사회활동 등 내 삶을 이루는 많은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핑계가 된다. 이렇게 이어지는 끈을 끊어야 했다. 


예를 들어, 아이와 크게 갈등하여 큰 소리를 냈다. 그리고 아이는 나와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 나 역시 아이와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아이가 내 말을 도통 들으려 하는 것 같지가 않다. 꼭 관철시키고 싶은 명제도 있으나 이 역시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쏟아냈다. 아이는 앞으로 엄마와 필요한 대화만 나눌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엄마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담담히 얘기한다. 이때 밀물처럼 들어오는 온갖 좌절감, 분노, 짜증, 무력감, 섭섭함 등의 감정 짬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잠시 멈추고 어떤 방향으로 생각을 뻗어가야 할까? 


이런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나의 일이다. 가장 중요한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이 이토록 심하니 나의 일은 매우 하찮게 여겨진다. 내 사업을 내가 하고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다 보니 뒷전에 두기에도 쉽다. 이렇게 하대 당하는 나의 일을 다시 살펴보았다. 내가 나의 일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가? 진정하고 싶은 것을 드디어 찾았다고 믿고 사업을 시작했다. 다른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마음껏 생산하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하고, 도움이 되는 제안을 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사람들의 질문에 열심히 답하고,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나의 모습이다. 사람들과 즐거운 판에서 같이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그다음 타격을 받는 것은 가족에 대한 나의 서비스이다. 감정에 지배받아 힘이 빠지는 통에 가족들이 꼴 보기 싫어지고 어떠한 호의도 베풀기 싫어지곤 한다. 이런 모습을 자각할 때면 내가 못났다 싶다.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결국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니고 무언가. 나로 인해 난감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은 나의 형편없는 태도가 반영된 결과이지 않나. 


이렇게 소중한 것들이 훼손되는 것을 보며, 이 소중한 것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단 이것들은 지키고 보자는 울타리를 치게 된다. '나의 삶은 소중하다'   나의 삶이란 나, 그리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 모두의 삶과의 연결 속에서의 삶이다. 삶이 소중하다는 이 진리를 철떡 같이 믿고 감정의 짬뽕으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이 주문을 득달같이 외고 버텨야겠다고 결심했다. 


코칭을 받으며 내내 나는 나의 삶을 직조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차분하게 엮어가니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보였다. '삶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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