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고 아무 사람이고 다 좋은 건 물론 아니다.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는 그 모먼트, 사심 없이 마주 보고 웃으며 이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느껴지는 그 순간, 이런 순간은 사람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이 너무 좋다.
그래서 외로움도 자주 느낀다. 그런데 자존심도 너무 강해서 외로움을 좀처럼 표현하지 않는다. 누가 외롭다고 놀아달라고 내게 말해주면 기꺼이 웰컴 하면서도 말이다. 외로울 때면, 외롭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내 가까운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나의 안위를 염려해 주는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어제는 과동기 송년모임이 있었다. 올해 40명 이상 되는 낯선 이들이 대부분인 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그때 겪었던 힘겨움 때문에 우리 과 동기들에게서 느껴지는 친근함이 그렇게 소중하게 치고 올라올 수 없었다. 이 소중한 걸 소중하다 생각 못하고 지나쳐왔다니, 하며 그 이후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능한 참석 하려고 한다. 어제 모임에서 별 내용 없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웃고 웃었다. '이게 행복이다.'라고 말하듯 계속 웃게 되었다. 굴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친구의 아재개그도 너무 즐거웠고, 친구들의 작은 일상, 친구들의 자식새끼를 이야기 등 그 모든 대화가 나를 편안하게 했다.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있음에 나는 복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어제 점심때 만났던 SH. 고마운 동생의 소중한 메시지도 나를 울컥하게 했다. 우연히 인연이 닿았던 이우 5년가량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만나고 서로의 안위와 행복을 진심으로 염려하는 데까지 이르다니. 이것 역시 알 수 없는 어떤 신적인 존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내 힘을 벗어난 어떤 영역에 의한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사람이 참 좋다. 그런데 너무 조심하고 다치기 싫어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에 비해 너무 망설여서 늘 아쉽고 모자라다. 핑계줄줄이 비엔나소시지 같은 이 내 마음, 얄궂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