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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은영 Jan 11. 2024

인생은 이런 건가요?

이래서 부모의 가르침이 중요하다고 하는 건가.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구나..' 하며 멍 때리고 있을 때마다 아마도 나는 떠올렸던 것이다. 울 엄마가 남겨주신 주옥과 같은 말씀을.


"목적의식 있는 걸음을 걸어라."


학창 시절 귀엽게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하리라는 의지를 불태우며 학교를 향하여, 학원을 향하여 목적의식 있는 걸음을 걸었더랬다. 지금 돌아보면 별 것 아닌 그 대학이란 데를 들어가고자, 하루하루 켜켜이 작은 목적들을 향해 걷는 시간을 쌓아 올렸다. 참 귀엽기도 하지. 


요즘 들어 부쩍 뭔가를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진다. 작은 실천 하나도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제대로 의미가 빌드업되지 않으면 그 핑계로 하지 않고 만다. 인생의 목적이라,,, 무엇을 목적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목적이 딱히 잡히지 않아도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해서 손해 볼 거 없으니까', '뭐라도 얻어지겠지', '심심하니까' 등의 이유로 수시로 뭔가를 해댈 때도 있었는데 왜 점점 그게 되지 않는 걸까?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 온 걸까? 


인생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가운데, 계속 내면으로 내 모든 신경과 에너지가 쏠린다. 약식 MBTI검사를 가끔씩 하곤 하는데, 최근 이삼 년 사이에 E에서 I로 바뀌었고, 검사할 때마다 이제는 안정적으로 I가 나온다. 내면에서 깨달음이 생겨 일상을 사는 근거가 크고 작게 들어찰 때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고, 이제는 사람을 만날 때 더더욱 에너지가 소진됨을 느낀다. 사람이 나의 영감의 원천임은 변함이 없지만, 그저 무념무상으로 사람들과 어울려 놀며 박장대소하며 에너지를 얻곤 하던 나는 이제 없다. 선별된, 물론 사전에 선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경험적으로 사후에 선별이 되는 많지 않은 수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나에게 힘을 준다. 


나의 사업은 분명히 진정 내가 원하는 테마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내 인생 전반과도 긴밀하게 엮여 있다. 그런 나의 사업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충분히 의욕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귀찮고 힘든 것을 못해내는 나약함 때문이기도 하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가려진 그 비겁함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 인생이라는 과제를 포기할 수가 없다. 포기가 안된다. 비겁하게 뒷걸음치다가도, 내 등에서 탁 부딪히는 것이 있다. 딱 잡고 놓지 않고 있는 내가 있다. 거기서 내 등을 살짝 밀어주면 미약하게나마 작은 실천을 하게 된다. 나에 대한 애정이 거기 있음에 안도하면서, 나의 믿을 구석임을 느끼면서 말이다. 고작 이 정도로 세상이라는 '현장'에서 '현실적'인 기세를 가지기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다시 밀려든다.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과 비교하며 속이 답답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인생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속하기 위해서 산다. 믿을 구석을 계속 뚜렷이 인식하려 하면서 버티고, 버티다 보면 내가 행복하고 짜릿해지는 순간을 만나고, 그 순간 치고 올라가 어디에선가 너울 치고, 그 기세로 가끔은 이기기도 하는 게 아니겠나. 


내 마음에 부유하고 있는 생각의 조각들을 잡아내려 안간힘을 쓰는구나 싶다. 인생은 이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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