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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이은영 Nov 06. 2023

감칠맛 나는 시작

이야기놀쇼 1회 개최를 앞두고 썼던 글

감칠맛 나는 시작을 앞두고 

(브랜드 ‘리브스토리즈’ 운영 / 설명 키워드:  #콘텐츠엔터테이너 #삶의대화기획 #엄마사회학) 



격언으로 매우 흔하게 이야기되어 온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사실 나에게 효력을 잃은 지 오래다. ‘반’이라도 차오르는 시작다운 시작을 하지 못하고, ‘시작~!’ 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얼 하기로 했었는지’ 금세 잊곤 했다. 


과거의 많은 시작은 뒤처지지 않으려 무엇이라도 하기 위함이었고 섣불렀기 때문에 시작한 것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대학 시절을 거치고 사회생활을 하는 내내 찔끔찔끔 다니다 만 학원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나는 어느새 하나를 꾸준히 지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실 ‘시작’이란 말은 얼마나 산뜻한 기운을 품고 있는가? 졸업식은 우리 말로는 ‘졸’, 즉 ‘끝내다’라는 의미를 포함하지만, 영어로는 commencement ceremony, 즉 시작을 위한 의식을 의미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우리는 부푼 가슴을 안고 새로운 시작과 함께 상상이 되는 것들로 설레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달려가는 그 기세가 있었다.  


이처럼 시작이란 한 단계 오름과 동시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확장하는 경험이다. 과거의 경험, 키워낸 나의 능력, 그에 따른 정신적 성장을 토대로 그다음을 계획하는 것이 ‘시작’이다. 시작은 시작의 찰나뿐만 아니라 그 이전과 그 이후의 맥락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단순한 습관을 시작하더라도 과거의 무엇을 더 살려내기 위해, 또는 과거의 어떤 것을 떨치기 위함이라는 의미가 있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목표를 조그맣게라도 지닌 채 ‘시작’을 꾀할 때 다음, 또 그다음의 것을 상상하고 계획할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별 의미 없는 프로젝트를 하고, 직장을 다니기도 했다. 일종의 연명을 위한 조치였던 것 같다. 그러한 시작들은 미래를 향한 선과 연결되지 못하고 끊어진 지점들로 남아 패배감을 안겨주었다. 


사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시작’이 아닌가 싶은 ‘시작’을 앞두고 있다. 마음 한쪽에는 또 하나의 포기가 될까 봐 두려움이 진득하게 붙어있지만, 그것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가려는 마음을 키워오고 있다. 조만간 나의 콘텐츠를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면대 면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내가 이 사회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면 좋을까 긴 시간 고민 후에 계획한 일이다. 자신의 ‘삶을 기획’ 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자신의 욕구와 그것의 표현, 그리고 실천들을 통해 나다움을 단련하는 것에 대한 제안의 내용을 꾸렸다. 어쩌면 정말 진지한 내용이 될 테지만, 즐거움에 방점을 찍고 온몸으로 많은 시작은 경험을 살려 인간적인 대화를 시도해보려 한다. 설레지만 두렵다. 그간 응축되어 온 표출의 욕구를 적절한 호흡으로 리듬감 있게, 상대의 리듬에 맞게 전하는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이 간다. 이번의 이 시작이 향후 나의 지평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을 알기에 또 한 번 덜컥 두렵다. 


현재 마주하고 있는 ‘시작’은 ‘시작’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건 중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두렵지만 버티는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첫째, 적지 않은 고민을 긴 시간 치열하게 했다. 둘째,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어떤 내용과 형식이 가장 나다움을 만들어줄지 설계했다. 셋째, 이 시작을 계기로 어떤 미래를 계획할지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새로운 시작 앞에 이처럼 글을 쓰며 보다 힘주어 점을 찍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허물어지지 않게 잘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시작에는 감칠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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