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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26. 2019

면접

2019년 12월 13일

정말 원하던 곳에서의 면접이라 떨렸다. 너무나도. 여태껏 내가 바라던 곳의 면접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이라면 간절했을 회사가 4년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상태로 면접을 봤다 보니 특이함을 무기 삼아 허튼소리만 지껄이고 나왔다.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었다. 지금은 관심도 그리고 동종업계에서 짧지만 쌓아온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이 회사로의 이직이 절실했다. 너무도 크고 체계가 있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회사란 원래 좆같은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더 크고 더 좋은 곳을 찾아가야 한다. 지금의 회사에 계속 있기엔 내가 너무 아까워. 면접은 꽤 압박으로 진행되었다. 실무진 세명이 들어와 자세한 질문부터 예측 가능한 질문까지 삼십 분 넘게 이어졌다. 무난하게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에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하신다. 이럴 줄 알고 영어와 일본어 자기소개를 준비했지. 아주 열심히 외웠다 이 말이야. 두 줄 정도 말을 했을까. 갑자기 뇌가 정지되고 아무 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세상이 하얘져버렸다. 조금 시간을 두고 마무리하라는 면접관의 자상한 표정에도 이미 정신이 나가버린 나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결국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연습한 영어도 한 마디 해보질 못했다. 이대로 떨어지는 건가. 나 정말 이 회사 너무 간절한데. 간절하니까 평소엔 면접에서 떨지도 않던 내 목소리가 떨려왔다. 마지막은 그래도 인사로 잘 마무리하고 나왔다. 준비를 못했다면 모르겠는데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보여주지 못한 게 너무 화가 났다. 결국 와인을 마시고 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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