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 한 교회에는 무덤이 있다. 묘비를 읽어보면, 온화하고 다정했던 아내인 앤 번지는 1771년 12월25일 갓 태어난 딸을 품에 안고 죽었다고 묘사돼 있다. 예전에는 아이를 낳다가 목숨을 잃는 임산부가 많았으니까 앤도 그런 케이스였던 듯하다.
그 사연이 안타까웠는지 내가 방문한 그날에는 묘비 위에 하얀 장미가 놓여 있었다. 그래서 그 무덤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교회 뒷마당에는 여러 묘비가 있었는데 이름 모를, 사망 연도와 군인이라고만 쓰인 무덤도 있었다. 누군가는 돌아오지 않은 그들을 애타게 기다렸겠지.
영국에서나 미국에서나 1년 가까이 머물면서 느낀 것은 (도시마다 다를 수는 있겠으나) 묘지가 한국처럼 한적한 곳이 아닌 마을 주거지 한가운데 있었다는 점이다. 하긴 삶과 죽음은 양면의 동전 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니까. 새 생명을 내어주고 생명을 잃은 1771년 성탄절의 앤 번지처럼.
오늘 밤에도 누군가는 세상 밖으로 나아가며 차가워지고 누군가는 세상 안으로 들어오며따뜻해질것이다. 혹은 그 반대려나. 산 자와 죽은 자의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