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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Aug 16. 2021

나는 죽어서 어디로 가게 될꼬?

4N년차 여자 사람_이런 저런 생각

- 엄마 아빠는 죽어서 떤 곳에 묻히고 싶어?

- 생각해 본 적 없는데?

- 왜????

- 음.... 글쎄… 그냥 정 없으면 유공자라서 거기... 납골당에 가면 돼.

- 거기 들어가고 싶어?

- 아니... 사실 거기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

- 근데 왜 생각을 안 해봤어?

- 글쎄......

- 40대인 나도 생각하는데 70대인 엄마 아빠가 왜 생각을 안 해봐? 생각해봐....


어느 날, 스피커폰을 켜놓은 엄마 아빠와 나의 대화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우리 외할머니는 95살이시다. 어린 시절 엄마와 아빠가 식당 등 자영업을 하셔서 두 분은 가게에서 생활하시고 나는 할머니와 남동생과 같이 근처에서 따로 살았다. 그래서 외할머니는 내게 할머니지만 또 다른 엄마와 같다.


그런 할머니가 연세가 많이 드시다 보니 응급실을 가시는 횟수가 잦아지고 병의 종류도 그때마다 달라졌고 이제는 드시는 약의 가짓수도 많아졌다. 가장 최근에는 갑자기 온몸에 열이 오르시고 부들부들 떠셔서 응급실을 찾으셨고 급성신우신염으로 수술을 받고 거의 2주간 입원을 하셨다가 퇴원을 하셨다. 근데 그 기간 동안에 기력이 많이 떨어지시고 힘이 드셨는지, 퇴원을 하신 후 중간중간 정신을 놓으시는 일이 생겼다. 엄마에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씀하시 듯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나는 거의 이틀에 한번 전화를 드리는데 다행히 아직 그걸 경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말에 찾아간 남동생은 엄마에게 이미 얘기를 들었었는데도 할머니가 본인을 못 알아보고 인사를 하시고 말씀을 하시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크게 당황이 되더라고 뒷 이야기를 전했다. 나도 언젠가 할머니가 내게도 그러실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 보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준.비.라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디에 모셔야 할 지에 대한...


사실 엄마 친가 쪽 선산에 납골묘당이 마련되어 있어 다른 걱정하지 않고 그대로 거기에 모실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부터 할머니는 그 작은 공간 안에 항아리 속에 들어가시기 싫으시다고, 답답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곤 했었기에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얘기하고 있었다.


10여 년 전, 남편이 고등학교 때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공원묘지 기한이 끝나 연장 혹은 이장을 고민해야 했을 때, 수목장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시어머니와 작은 시누이가 새로 오픈된 수목장 분양일에 맞춰 가셔서는 산을 돌아다니며 좋은 나무를 찾아 아버님을 거기에 모셨던 경험이 있다. 해당 수목장은 국립으로 운영되는 곳이고 이미 산에 튼튼하게 자라 있는 나무들 중의 하나를 골라서 모시는 곳이었다. 우리 시아버님 나무는 커다랗게 쭉 뻗은 참나무였고 산의 언덕 위쪽에 있어 명절이나 기일에 찾아뵐 때도 피톤치드 마실 겸 산책 겸 갈 수 있어 참으로 좋았다. 친정 식구들도 이 것을 알고 있어서 할머니를 이런 곳에 모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몇 년 전 시간이 맞았을 때 한번 찾아가서 나무를 예약해 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할머니 상태가 조금 안 좋으셨었기에... 다행히 할머니는 괜찮아지셨었는데 해당 수목장은 오랜 기간 나무를 맡아놓지 못하도록 6개월 이상 예약을 불가하게 정책을 만들어 놓았다. 예약이 끝나면 6개월 후 다시 가서 다른 나무로 예약할 수는 있었다. 6개월이 지나 예약이 만료될 즈음에는 할머니도 건강해지셨고 우리도 다들 바빠 미루고 미루다가 몇 년이 지나버렸다. 하지만 이번에 알아봤을 때 거의 모든 나무들이 분양이 되어 남아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골짜기에 있는 것들이라고 안내받았고, 그래서 우리는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다.


수도권에는 이런 시설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거니와 국립 수목장처럼 산에 있는 튼튼한 나무들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작은 나무 묘목만 한 것을 좁은 간격으로 쪼로록 심어놓고 각 나무를 분양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나무가 안정적으로 잘 자랄지 (물론 해당 나무들은 산에 있는 나무들처럼 쑥쑥 자라는 종이 아니다)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3~4년 전 보다 가격이 2~3배 비싸진 것도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더 늦으면 급히 어딘가를 갑자기 정하게 될 수도 있었고, 시간이 지나 모두 분양이 되고 나면 엄마가 왕래하기 힘든 지방으로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동생과 조금 더 시간을 투자했고, 결국 우리는 한 절에서 운영하는 수목장에 할머니 나무를 하나 예약했다.

나무가 작은 것이 좀 맘에 걸렸지만 할머니 나무에서 바라보이는 전경이 막힘이 없었고 봄이었기에 그곳으로 올라가는 길과 맞은편 산에 꽃들이 천지로 피어있는 모습이 굉장히 예뻐 나중에 할머니 뵈러 올 때도 기분 좋겠다... 싶은 그런 곳이었다. 물론 더 좋고 높은 곳으로 가면 나무도 조금 더 커지고 전경도 더 좋지만 가격이 심히 껑충껑충 뛰어올라 우리를 불효자로 느끼도록 했다. ㅠ


그렇게 할머니를 모실 곳을 정한 후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다. 그 옆에 나와 남편의 나무를 예약할까? (나무마다 1인, 2인, 4인, 6인까지 안치될 수 있는 조건이 다르다. 그리고 다행히 그 수목장은 안치일에 대한 한도가 없다) 우리는 아이가 없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미리 자리를 마련해 놓아야 하고, 그때 가서 우리가 그런 걸 찾아 돌아다닐 힘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아주 만약에 우리가 자리가 없다면 시아버지를 모신 나무 밑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가족 6인까지 안치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건 진심 고려하고 싶지 않다. 할머니를 모시기로 한 곳이 나의 느낌으로는 좋았고, 그래서 할머니 옆에 우리 나무를 해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져 남편과도 얘기를 나눠보았다. 그리고 이 생각에 대한 엄마 아빠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얘기를 시작했다가 부모님의 자리에 대한 얘기까지로 옮겨갔단 것이다.


결론은 부모님 포함 남편도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좀 급한 것 같으니 조금 더 지나서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이었고 나는 우선 받아들이기는 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나면 그 수목장 나무들은 모두 분양이 완료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수도권 안에 우리가 들어갈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려울뿐더러 가격도 많이 비싸질 것 같아서 조급한 마음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근데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 우리는 살면서도 살 집 장만에 그렇게 고생하는데 죽은 후 들어갈 자리 마련하는 것도 이젠 참 만만치가 않겠구나, 근데 꼭 자리가 있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욱이 우리는 그 자리를 관리해 줄 (물론 수목장에서 관리비를 받고 관리해 주겠지만) 자식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찾아올 사람이 어느 순간 이후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현행법 상 화장 후 뼛가루를 바다나 산에 뿌리는 것인 금지되어 있으니 어딘가에 안치는 해야 하고 그러니 이런 것까지도 걱정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씁쓸함이 밀려온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나는 죽어 어디로 가게 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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