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동물의 구조,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하는 이유
새해가 시작 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에 접어들었습니다. 햇볕이 한결 따사로워지면서 오고가는 사람들의 가벼워진 옷차림만큼이나 싱그러운 봄이 찾아왔지만, 야생동물구조센터 직원들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만은 않습니다. 다가올 안타까움에 직면하기 전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죠. 곧 있으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새끼동물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이 많아 질 것 입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수리부엉이를 시작으로 삵, 너구리, 고라니, 황조롱이 등 다양하고 수많은 새끼동물이 구조센터를 가득 채우게 될 겁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러했으니까요.
새끼동물의 구조원인은 꽤나 단순합니다. 기타 대부분의 야생동물이 겪는 여러 가지 원인에 비하면 말이죠. 대부분 어미를 잃은 채 덩그러니 있는 것이 걱정되어 데려왔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개체들을 저희는 '미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금 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모든 새끼동물이 정말 어미를 잃어서 미아가 된 걸까요?
새끼동물 구조요청이 들어왔을 때 저희는 가장 먼저 새끼동물이 어떤 상태인지, 주변에 어미가 보이는지, 새끼 새일 경우 둥지로 추정되는 것이 주변에 보이는지 등의 여부를 발견자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닿기 전 이미 관할 시, 군청이나 동물병원 등으로 직접 인계하였거나 발견 당시의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구조해 당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구조가 아닌 '납치(Kid napping)'가 진행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납치'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자극적인 단어 선택 일 수 있고 대부분의 새끼동물 구조가 납치의 경우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부적절한 구조로 인해 새끼동물을 애타게 찾아 헤맬 부모동물을 떠올린다면 그리 과한 표현은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좋은 마음에 행했던 구조가 자칫 새끼동물을 납치한 결과는 낳는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물론, 모든 새끼동물의 구조가 납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여러 상황에 의해 어미를 잃는 경우도 생기고, 새끼가 위험에 빠지거나 도태되는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조하여 돌보는 것이 윤리적으로도, 생태계를 유지하는데도 바람직합니다.
때문에 내가 발견한 새끼동물이 구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우선 당장에 새끼동물을 위협하는 요인이나 없거나 주변 환경이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개나 고양이 등의 포식자 혹은 불필요한 사람의 접근, 새끼동물 발견 장소가 도로 근처라 언제든지 새끼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등) 최대한 멀리서 새끼동물을 꽤 오랜 시간 관찰해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어미가 주변에 나타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위의 상황을 모두 만족하고 어미까지 있다면 이 새끼동물은 절대 구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두고 기쁜 마음으로 떠나면 되는 거죠. 반면에 위에 해당사항 중 한 가지라도 부적절하다면 구조를 고민해 봄이 옳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저희와 같은 관련 기관에 연락해 충분한 조언을 받으며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에 따라선 직접적인 구조보다는 적절한 조치만을 취해주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직 이소시기에 이르지 못한 새끼새가 둥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겪었다면, 새끼동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다시 둥지 위로 올려주는 것 입니다. 가능하다면 본래의 둥지에 올려줘야겠지만 둥지가 너무 높은 위치에 있거나 올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쉬운 대로 대체둥지 등을 만들어 주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대체둥지를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구니나 박스 등에 나뭇잎, 솔잎 등을 넣어서 적당한 높이에 달아주기만 해도 그 역할을 어느 정도는 기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둥지에 다시 올려주기 전 상태를 잘 살피고 필요하다면 간단한 처치 등을 해줘야 합니다. 떨어지는 충격에 의해 다쳤거나 시간이 오래 경과되어 기아, 탈진, 탈수로 인해 고생을 겪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자, 납치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잘 살폈고, 간단한 처치만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살펴봤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분명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꼭 구조를 해야만 합니다. 구조가 끝났다고 모든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구조 이후에 대한 조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역시도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고려해야 할 점도 많죠.
과거에 있었던 새끼수달 구조 건에 대한 사례가 이해를 돕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아시듯 수달은 물과 아주 친숙한 동물입니다. 다만 이 물이 수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아시는 분은 얼마나 되실까요? 새끼수달은 성체와 달리 방수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그러한 사실을 몰랐던 구조자는 수달이 좋아할 것이란 생각에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수달을 보호하고 있는 곳에 넣어주셨고 그 물통이 쏟아지면서 물에 젖게 된 수달은 저체온증에 빠져 결국 폐사하였습니다.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야생동물구조는 위의 사례처럼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새끼수달에게 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 이러한 위험이 새끼수달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끼동물의 종에 따라, 어린 정도와 상태에 따라 조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의 조언에 따른 조치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뿐만 아니라 구조 새끼동물을 돌보는 동한 선뜻 먹이를 주고 애완동물처럼 품에 안은 채 지극 정성으로 보호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는 새끼동물에게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새끼동물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거나 각인이 되어 버리면 훗날 이 동물이 야생으로 돌아가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새끼동물을 구조하여 돌볼 때에는 최대한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고, 사람에 의한 긍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을 나누지 말아야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사람과 긴밀하게 살아온 반려동물과 사람에게서 최대한 떨어져 그들만의 자연사를 써내려 간 야생동물은 여러 가지 면에서 굉장히 다릅니다. 그렇기에 야생동물이 사람이 만들어놓은 공간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 것은 고통일 수 있습니다. 특히나 가정집에서 보호하는 것은 지속성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새끼동물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보호했던 일반인의 대부분은 점차 커지고 반려동물과 다른 특성을 보이는 야생동물을 감당하지 못해 더 이상의 보호를 포기하고 유기하거나 구조센터에 보내고 있습니다.
새끼동물은 생존율이 낮습니다. 어미보다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천적도 많습니다. 많은 새끼동물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도태되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자연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진 지금의 상황에서 새끼동물의 도태를 자연의 섭리 정도로 치부하는 것 역시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위기에 처한 새끼동물을 구조해 다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의미 있습니다. 이렇게 부득이한 사고로 인해 구조되어 보호받아야 할 동물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구조가 진행되는 것은 피해야 하겠죠.
'올바른 생각이 반드시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필요한 구조였는지 하지 않아야 할 납치였는지, 구조를 해야 한다면 적절히 했는지, 적당한 처치와 올바른 보호를 했는지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생동물을 지켜주고자 좋은 마음에 행동한 일이 부모와 새끼를 생이별 시키거나, 평생의 야생성을 잃게 만드는 안타까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