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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 실패해도 절대 죽지 않아

실패를 통과하는 일

by 제나로
1.jpg 제목을 보고 생각나는 노래가 있으신가요?

퍼블리 창업자 박소령님의 <실패를 통과하는 일> 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제 경험을 떠올려 봤습니다.

나는 실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끈기는 성격이 아니라 좋은 이유가 만들어낸 결과다."

책의 어느 구절에 적힌 말이었는데요. 저는 이 표현을 보고는 그릿(GRIT)을 연상했습니다.


2.jpg 출처 : The International School of Macao: 澳門國際學校

그릿(GRIT)은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젤라 더크워스가 개념화한 용어인데요. 열정과 끈기가 지능과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영향을 발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위의 구절과 그릿을 엮어 보면, 좋은 이유가 끈기를 만들어내고, 끈기는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좋은 이유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좋은 이유' 라는 표현을 들으면 '명분'이라는 단어도 함께 떠오르는데요. 저는 어떤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 또는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과거에서부터 찾곤 합니다. 과거의 내가(또는 동료가) 이런 경험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잘 할 것이다, 과거의 내가 해본 적이 없으니까 쉽진 않을 것이다, 같은 사고의 흐름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없는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해요. 나에게 없는 경험자산이 내 미래를 대비하는 힘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릿 테스트(1차 출처: 워니정보통 님의 블로그) 를 해보면 저는 30%의 확률로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성공의 반댓말이 실패라면, 저는 70%의 확률로 실패하는 사람이군요. 성공보다 실패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이번 주제는 제 삶에 꽤 도움이 되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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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대하는 나의 습관

실패하면 도망가거나, 합리화하거나, 다시 도전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가 있겠는데요. 저는 실패하면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타입입니다. '내가 실패했다고? 아닌데?' 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독하게 회피합니다. 그래서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하필 저는 자기객관화에 약한 타입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 이왕이면 나와 다른 필드에 있는 사람에게 나의 실패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편입니다.


진정한 사업이란 파트너의 존재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파트너가 있기 전에는 진정한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혼자서 하는 사업은 자기실현이나 생계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사업의 분야로 가져온다면, 제게 있어서 '실패를 인정하는 마지노선'은 파트너를 잃어버리는 순간에 찾아올 것 같습니다. 파트너가 나를 설득하기를 멈추거나, 지지하지 않거나, 나와의 이별을 결심했다면 '혹시 내가 실패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의 시작은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니, 사업의 끝은 파트너를 잃었을 때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반대로, '끝까지 버티자' 라고 결심한 순간은 내가 아닌 파트너를 위한 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아닌 파트너, 동료, 가족, 또는 그 누군가를 위해야만 버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험을 혼자만 부담한다면 빨리 포기하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짊어져야 한다면 그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을 거에요.


파트너를 잘 만나야겠네요.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일을 고백합니다만, 믿을만한 동료를 구하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내가 그 사람을 믿고, 그사람이 나를 믿게 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지만 값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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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공개하기

내가 창업자이고 리더라면 어떤 실패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화제가 되었던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이 페이지(링크)에는 브라이언 체스키가 구성원의 약 25%에 해당하는 1,900명을 해고하는 결정을 발표한 글이 있습니다. 그는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밝힙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떠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제공되는지도 설명합니다. 글 마무리에는 실패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점까지 언급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봐온 실패를 인정하는 태도 중에서 가장 닮고 싶은 에피소드입니다. 특히나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밝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대표가 실패를 담담하게 인정하는 모습,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당장 다음달 급여가 없고 앞으로 몇달 후에 건강보험이 없어져도 화는 좀 나겠지만 머리로는 이해될 것 같습니다. 저도 대기업에서 사업 종료로 인한 권고사직을 당해 보았거든요. 브라이언 체스키같은 리더를 만나진 못했지만요.


전체 맥락을 알 수 있다면 실패 앞에서 겸손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 의견이 꽤 설득력 있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리더라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주기를 정해서 항상 공개하리라고 다짐합니다. IR 투자설명회에서 절었다든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해서 먼 길을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은 지점 같은 것들을요. 이것들을 누구나 언제든지 읽을 수 있는 곳에 게시할 것입니다. 읽는 것은 읽는 자의 몫이니, 굳이 알림을 주진 않을 것 같아요. 우리 회사의 사활이 달린 문제는 시끄럽게 알려야겠죠. 사활의 기준을 잘 정해야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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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의사결정

리더의 자리는 정말 어렵습니다. 데이터는 'OK' 라고 말하지만, 팀의 사기가 무너졌을 때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요? 아직 자본금이 남았는데, 매출도 괜찮은데, 나와 내 동료들이 정신적으로 지쳐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영을 하다 보면 '물잡기' 라는 동작을 익히게 됩니다. 팔을 물 안에 집어넣고 바깥으로 빼낼 때의 동작을 의미하는데요. 팔을 1자로 저으면 힘들지만 빠르고 힘차게 앞으로 나갈 수 있고, 팔을 S자로 저으면 힘이 덜 들지만 앞으로 비교적 천천히 나갑니다. 그래서 단거리 수영을 할 때는 1자 물잡기, 장거리 수영을 할 때는 S자 물잡기를 해요. S자 물잡기로 단거리 수영을 하면 힘이 남아돌고, 1자 물잡기로 장거리 수영을 하면 너무 힘들겠죠.


누가 어떤 형태로 물잡기를 할 지 유심히 봐야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네 명이 일하고 있는데, 한 명이 휴가를 가야 해서, 나머지 세 명이 네 명분의 일을 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레일에 한 명씩 수영을 하는 것처럼, 일에도 레일이 필요합니다. 레일이 없으면 잠깐은 속도가 나지만 곧 서로의 팔이 부딪히고, 물이 뒤엉켜 누구도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수영은 페이스 싸움입니다. 마찬가지로, 리더가 할 일은 팀의 호흡 간격을 정하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OK' 라고 해도, 숨이 차서 물을 먹고 있다면 세트 구성을 바꿔야 합니다. 개인 컨디션과 역할에 따라, 달리는 구간과 천천히 가는 구간을 나누어야 합니다. 작업의 수를 줄이고, 우선순위를 바꾸고, 권한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겠죠. 직접 해 보면 참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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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실패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보며 떠오르는 대로 막 적었습니다. 개인적인 실패, 사업가로서의 실패, 직장에서의 실패.. 실패할 수 있는 곳이 참 많은데요. 내가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잘 판단하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책을 과할 정도로 많이 읽는 편인데, 기록을 안 하다 보니 기억이 안 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책과 관련된 생각을 더 남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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