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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필선 Oct 27. 2024

시간 소비도 습관이다

일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낭비되는 시간

허바뻐씨의 바쁜 하루

다시 허바뻐씨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자. 허바뻐씨는 항상 바쁘다는 소리를 달고 산다. 아침에 허겁지겁 집에서 나와 한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를 보려고 하지만, 사람들 어깨에 걸려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밀어대는지 기사를 볼 수 없어 짜증이 난다. 살인사건 기사를 읽고 싶은데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지옥철을 타고 드디어 회사에 도착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커피를 타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그래도 이 시간이 허바뻐씨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시고 자리로 돌아온다. 밀린 일을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메일을 확인하니 10시에 회의가 있다. 이제 막 자리에 앉았는데 회의를 한단다. 언제 일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잠시 이메일을 확인하고, 10시에 맞춰 회의실로 들어간다.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짜증 난다. 회의 시간이 되면 알아서 와야지, 왜 안 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늘은 일진이 안 좋은 것 같다. 짜증 나는 일만 계속이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고 회의를 시작하기까지 20분이나 걸렸다. 긴 회의를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다. 직장인이 가장 사랑하는 점심시간, 식당까지 걸어가 밥을 먹고 직장 동료와 함께 커피숍으로 향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상사 욕을 해야 소화가 잘된다. 커피를 마시며 오전의 짜증 났던 회의 얘기를 한다. 다시 생각해도 짜증이 한 바가지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났다. 졸리다. 다시 커피를 타서 마시고 이제야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한 시간 정도 일했을까? 옆 부서 사람이 업무 협조를 요청하며 언제까지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오늘은 안될 것 같다. 오늘 일을 이제야 시작해서 협조 요청한 일을 할 시간이 없다. 내일까지 하겠다고 하니 오늘 꼭 해달라고 한다. 짜증이 확 밀려와 한마디 쏘아붙인다.


“그렇게 급하시면 어제 얘기하셨어야죠. 2시에 와서 오늘까지 해달라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진짜 급해서 그래요. 부탁 좀 드릴게요.”

오늘은 짜증의 연속이다. 바쁘게 일하다가 오후 5시에 옆 부서 직원이 부탁한 일을 하기 위해 공장으로 향했다. 공장에 다녀오니 6시다. 퇴근 시간이다. 오늘도 정시 퇴근은 글렀다. 하던 일을 마치니 8시다. 이제 퇴근이다. 집에 가서 넷플릭스나 봐야겠다.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허계획씨의 계획적인 하루

허계획씨는 항상 계획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해 보고 독서와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에서 나와 지하철역까지 가면서 그날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일과 중요한 일을 떠올린다. 지하철을 타고 이어폰을 꽂고 ‘밀리의 서재’ 앱으로 오디오북을 듣는다. 회사까지는 대략 한 시간이 걸린다. 책 내용에 집중하고 있어서 지하철이 붐벼도 개의치 않는다.


회사에 도착하면 커피를 타서 자리에 앉는다. 아침에 생각해 둔 할 일을 다이어리에 빠르게 적는다. 3분이면 충분하다. 이메일을 살펴보며 빨리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을 찾아 끝낸다. 그중 하나의 메일이 눈에 띈다. 10시에 회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50분 남았다. 최대한 빨리 이메일에 답변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답변은 뒤로 미룬다. 50분 동안 긴급하게 답변해야 하는 건과 바로 답할 수 있는 건을 모두 처리했다. 10시가 되어 회의실에 들어갔다. 아직 사람들이 다 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일 때까지 남은 이메일에 답변을 보낸다. 회의 시작 전 20분 동안 세 개의 메일을 해결했다. 회의가 길어져 12시가 되었다. 이메일을 하나 더 보내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식당까지 걸어가는 시간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읽을 책을 가지고 식당에 가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읽는다. 15분 동안 책을 읽었다. 음식을 먹는 내내 책의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 식사가 끝나고 사람들은 커피숍으로 갔지만, 허계획씨는 식당에서 읽던 책을 읽으며 자리로 온다. 10분간 더 책을 읽었다. 오후 업무 시작 시각까지는 아직 20분이 남았다. 최대한 빨리 책을 읽었다. 이렇게 하니 점심시간에만 45분간 책을 읽었다.

1시가 돼서 자리에 앉아 아침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이메일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답변을 보낸다. 2시가 되니 모든 메일의 답변이 끝났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겨 커피를 타온다. 그때 옆 부서 김위임 대리가 다가온다.


“선배, 지난번에는 정말 고마웠어요. 죄송한데 이것 좀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오늘 꼭 필요해서요.”

“급해? 나 바쁜데. 그래도 우리 김위임 대리가 요청하는 일인데 해줘야지. 내일 점심은 네가 쏴.”

“그럼요. 선배, 밥 한 끼 못 사겠어요? 항상 고마워요.”


허계획씨는 바쁘다고 얘기했지만, 급한 일은 이미 끝내놓은 상태라 여유시간이 있었다. 동료도 도와주고, 생색도 내고 다음 날 점심값도 굳었으니 일석삼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위임 대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선 공장에 가야 한다. 공장까지 왕복 30분, 공장에서 동료가 부탁한 일을 확인하는 데 30분, 총 1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에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오디오북을 듣는다. 공장에서 확인할 때도 이어폰을 뺄 필요가 없어 오디오북을 들었다. 1시간 동안 오디오북을 들었다. 자리로 돌아와 자료를 만들어 김위임 대리에게 전달한다. 김위임 대리는 연신 고맙다며 다음날 맛있는 걸 산다고 다시 한번 더 말한다. 큰일은 아닌데 고맙다는 소리도 듣고 밥도 산다고 하니 뿌듯하다.


3시 반이다. 이제 미뤄뒀던 중요한 일을 하면 오늘 할 일은 끝이다. 전부터 만들려고 했던 보고서를 만들다 보니 6시다. 다음날 할 일을 미리 체크하고 이어폰을 꽂고 회사를 나선다. 아침에 듣던 책을 듣기 시작한다. 지하철에서 1시간 동안 책을 들으며 집으로 갈 예정이다.


허바뻐 vs 허계획

허바뻐씨와 허계획씨는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허바뻐씨는 매사에 짜증이 가득하고, 자신이 항상 바쁘고 주위 상황이 짜증 나는 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은 허바뻐씨가 까칠하고 접근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말한다. 반면 허계획씨는 하루가 자신이 의도한 대로 흘러가며 매일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도 허계획씨를 일을 잘하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환경의 차이는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지에 달려있다. 아침에 자신의 삶을 그리고 계획하며 사는 사람과 현재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차이다. 


사람들은 현재를 살라고 하고, 현재에 충실하라고 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보다 미래에 살아야 한다. 미래를 선명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하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현재 어떤 것을 선택할지 생각해야 한다.


시간도 재활용이 필요하다

미래를 그리며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생각해 본 허계획씨는 허바뻐씨와 같은 환경에서도 오디오북을 3시간 들었고, 종이책을 45분 읽었다. 아마도 허계획씨는 집에 도착해서도 독서를 하고 강의를 듣고 글을 쓸 것이다.


사실 허바뻐씨와 허계획씨는 모두 필자의 모습이다. 허바뻐씨는 필자가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하기 이전의 모습이고, 허계획씨는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한 이후의 모습이다. 필자의 환경은 시간 계획을 하기 전과 후가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할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게 됐고, 다양한 공부를 하고,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을 쉽게 한다. 하지만 누구나 하루에 최소 2시간은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시간이 하루에 최소 2시간은 넘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무실에서 공장으로 이동하는 왕복 30분 동안 이어폰으로 오디오북을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버려졌던 시간이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살림하는 사람도 설거지하는 10분, 빨래를 개는 10분 등 충분히 30분은 만들 수 있다. 단지 그 시간에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뿐이다. 시간은 없는 게 아니라 의미 없이 보내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간도 재활용이 필요하다.


나의 시간 소비 습관 확인하기

시간 소비 습관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삼십 분 간격으로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어떤 일을 했다고 쉽게 말하지만, 실제로 일한 시간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딴생각을 하거나, 자리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전화통화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로 일한 시간을 따져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다. 필자가 실제로 일한 시간을 따져보니, 일한 시간은 총 근무시간의 절반 정도였다. 나머지 절반은 다른 일을 하거나,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30분 간격으로 자신이 하는 일을 확인해 보면 상당한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30분 간격으로 할 일을 확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는 해보면 좋겠다. 하루 이틀의 시간만으로도 자신의 생활 습관을 알 수 있으니, 시간을 내어 꼭 한 번 해보기 바란다.


삼십 분 간격으로 시간 확인하는 방법

1. 잠들기 전에 다음날 알람을 삼십 분 간격으로 모든 시간에 맞춰둔다. 벨 소리는 가능하면 소리를 작게 하거나 진동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수 있다.

2. 알람이 울리면 그때 하던 일을 적고, 실제 일한 시간을 적는다. 만약 일한 시간이 20분이면, 10분은 허비된 시간이다. 시간이 왜 허비되었는지 적는다.

3. 하루 동안 확인이 끝났다면, 일한 시간과 낭비한 시간을 계산해 본다. 낭비한 시간을 줄일 방법을 찾아보고, 개선한다.

4. 한 달이나 여섯 달 간격으로 확인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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