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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 Jan 10. 2022

공개 글을 쓰라고? 대체 왜?!

읽히는 글로 변화하기

고개를 끄덕였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카페 글로도 충분한데 굳이 블로그 전체 공개로 글을 쓰라니. 더구나 이 열띤 호응은 무엇인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 쓰려는 사람들이 많다니 더더욱 오리무중이었던 게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다. 그동안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여기에 (누가 시키지도 않은) 매일 글쓰기 기록을 쌓고 있는 것일까.

카테고리 만들기 버튼 앞에서 조차 쭈뼛거리며 남의 블로그를 훔쳐 쓰기라도 하듯 슬금슬금 문을 오가던 어느 날 누군가 '시루'의 뜻을 물었고, 다음 날 그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제 나의, 시루>. 아이들을 위한 시루에 물 주기가 어떻게 내게 돌아왔는지, 이제 내가 나를 키울 '시루'가 되겠다 이름으로 다짐했던 글. 책 이야기만 기록하려던 블로그에 털어놓은 첫 번째 내 마음, 내 이야기였다.


혼자 했던 다짐이 모두에게 고백된 순간, 생각지 못했던 응원과 감사한 댓글에 잠시 뭉클했다. 그리고 점점 구체화되어 나타났다. 독백이었지만 방백으로 읽혔고 모두가 알았으니 나는 그것을 지키려 좀 더 정성을 쏟는 편에 서게 된 것이다. 공개적으로 글을 쓰려는 이유가 이것이었나?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다.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오래전 필라테스 개인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 통증 완화를 위해 근력을 잡고자 했기에 늘 1:1이었는데 하루는 보강을 신청한 탓에 다른 그룹에 섞여 수업을 받게 되었다. 개인 레슨으로 다져진 자세가 나름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내게 굴욕을 안겨준 수업!

텅 비었던 바닥에 매트가 채워지고, 완벽한 레깅스 핏을 자랑하는 분들이 고수의 향기를 풍기며 등장했다.(그동안 나는 늘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움찔하는 나를 의식했는지 강사님이 괜찮다며 웃어주었으나 낯선 공기에 휩싸여 이미 온몸에 경고등이 윙윙 거리던 시간. 자꾸 거울로 나를 체크하며 이 정도면 되었나? 각도가 이게 맞았던가? 이리저리 몸을 틀어보느라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혼자 하는 운동과 혼자 쓰는 글.

내밀한 이야기나 몸짓이라는 느낌이 들면 안으로 파고드는 나에게, 두 가지가 비슷하게 다가왔던 것일까. 잊지 못할 경험으로 그 후로도 (아직) 그룹 운동은 시도하지 못했지만, 글은 이렇게 드러내었구나.


혼자 쓰는 일기와 다름없던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이 되었다. 그 '누군가' 안에 나도 모르는 진짜 '누군가' 조차 포함된 글을 쓰려니, 어느 날은 나도 모르게 자꾸 거울을 보며 긴장하던 것 이상으로 문장들을 되짚어 살피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더 나은 자세를 상상하고 그 자세가 나오고 있는지 읽고 또 읽는 내 글의 열혈 독자가 된 것이다.

와... 이게 바로 은유 작가가 말한, "비밀글만 쓰면 글은 늘지 않는다."의 현실화인가?


비공개는 독자가 없는 글이다. 방에 갇혀 혼자 쓰고 혼자 본다. 끼적이는 기분으로 무엇이든 쏟아 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 생각을 치밀하게 밀고 나가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다. 나만 보니까. 어떤 사건을 자기중심적으로 재편하기 쉽다. 누가 뭐라 하지 않으니까. 자기의 견고한 틀 안에서 안전하다.
<쓰기의 말들>- 은유




아무도 읽지 않으니 내 멋대로 모든 걸 쏟아부어 당황했던 '일기장'을 지난 글에 언급한 적이 있다. 나로부터 나오고 나에게서 끝났던 사건과 사유. 그 생각들이 공개적인 끼적임을 타고 '전달하기 위한' 글로 바뀌면서부터, 더 잘 읽히기 위해 '공감'할 수 있는 겉옷을 정성스레 입히는 과정이 늘었다.

'나는 그래'였던 혼잣말이 '너도 그래?'를 묻기 위해 한번 더 내 진짜 속내를 들여다본다. 가끔은 글을 쓰다 스스로 깨닫기도, 잠시 헤매기도 하는 글쓰기. 아직 완벽하지 않으나 맞춤법도 살피고, 끝까지 밀고 나가 문장을 끝맺으려 애도 써본다.(가장 부족한 부분이기도)


물론, 모든 사람에게 필요가 닿는 일은 아니다.

일기에 멈추지 않고 더 나은 글쓰기를 원한다면, 무조건 공개글이다. 나만의 이야기에서 공감의 이야기로, 완벽한 독자 1인에서 미지의 독자 앞으로 풍덩!

뻥 뚫린 운동장에 나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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