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재오픈 소식에 반가워하다 쭉 잊고 지냈다. 오늘 모처럼 여유 있게 주말을 즐기다가 폴더 하나씩 천천히 들여다보았는데 첫째 임신했을 때부터 육아일기까지 몇 년간 짤막하게 쓴 글을 읽다 웃고 말았다.
어머, 나 이때 좀 멋졌잖아?!!ㅋㅋ
일을 그만두고 첫 아이를 만나기 위한 아픈 시간들을 지났던 때. 휘청이고 있던 삼십 대였다고 기억하던 내가 틀렸다는 듯이, 각 잡고 쓴 글이 아님에도 제법 야무진 기록들에 혼자 웃어본다. 습관적인 기록이 준 선물처럼 그 시절의 내 마음을 새롭게 돌아보게 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이미 익숙해진 '당연한' 것들을 사진으로, 문장으로 새롭게 만났다. '처음' 발견하던 빛나는 순간들, 그때의 넘치는 기쁨이 화면에 가득했다. 늘 바라보던 눈앞의 바다였는데, 한순간 빛이 쏟아져 수많은 윤슬이 파도쳐 오는 듯이. 그때는 미처 못 보았던 것들까지 모조리 빛을 내며 다가왔다.
장면 하나에 내 마음이 숭덩 빠져나가 그곳으로 머물러 떠난다. 토끼풀 가득했던 공원, 돗자리 위에 맨발 벗은 채로, 멀리 가는 아이에게 어서 엄마에게 오라고 아이스크림으로 유혹하며 웃는다.
기록은 이래서 힘이 세구나. 마치 그때도 아니고 지금도 아닌 듯이, 또렷한 획으로 나눌 수 없는 시간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내 기억과 실제 하는 기록이 합심하여 나를 잠시 그곳에 머물다 올 수 있게 옮겨놓는다.
오후에 잠시 행복했다. 그리운 동네, 늘 빛났던 아이. 더욱 그리워질 이 장면을 살짝 따로 저장해 두었다.
인생이든 글쓰기든 마라톤이라는 표현은 나와 맞지 않지. 묵직한 글을 쓰겠다고, 주제를 꿰고 연결되는 글을 쓰겠다고 힘만 주면 안 돼. 늘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긴장보다, 쉬엄쉬엄 산책하듯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