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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주니 Nov 20. 2022

연애편지 1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보냈을 너에게


사랑하는 소현


 몇 개월 후면, 딱 10년이 되는 날이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를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얼른 시간이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매해 연말마다 했던 것 같아. 29살로 돌아간다고 해도 어쩌면 어리석게도 똑같은 선택을 할지도 몰라. 그러니 그때의 내가 멍청해서 그런 선택을 했노라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무너무 억울하다고, 난 피해자라며 동네방네 읍소하고 싶었지만, 바람과 달리 현실은 아주 고독했지? 피해자였던 나는 숨어야 했고 가해자였던 상대방은 멀쩡하게 사회생활을 했으니까 말이야. 바람이라도 쐬려면 아주 이른 아침이나 밤 거미가 내려앉은 후에나 나갈 수 있었잖아. 눈으로 보이지 않는 몸 구석구석까지 고통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너니까 이렇게 슬기롭게 극복하지, 다른 사람이라면 포기하고 싶었을 거야. 너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22년 겨울이 오지 않는 11월 19일, 나를 사랑하기로 한 내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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