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구살이 된다.
여전히 나는 어중간하다. 어중이떠중이 인생 38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잘한다고 하기에 모자랐고, 못한다고 하기엔 열심히 하는 인간이었다. 아슬아슬한 선을 그리며 살았다. 문과를 택했지만 언어는 잼병이었고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수리는 잘하는 편이었지만 문과치고 잘하는 편이었기에 이과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 이분법은 내게 지옥과도 같았다.
그렇게 어중간하게 살아온 내가 통신사에 입사했을 때 지독히도 힘들었던 이유는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통신의 통자도 모르는데 네트워크를 마케팅하려니 당최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엑셀은 무슨 함수가 다 그리 긴지 업무가 아니라 매일 함수를 파헤치느라 도통 업무에 진전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색은 지금도 여전하다. 커피와 서비스의 교집합에 있는데 커피는 말할 것도 없고, 서비스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얄팍한 마음으로 이 정도 하면 그래도 이 조직에선 어느 정도 할 수 있겠지 하는 사이 우리 회사는 많이 커졌고 나는 더더욱 어중간해졌다. 그래서 그렇게 22년이 어려웠나 보다. 능력이 없음을 인정해야 했고, 나의 가치는 수드라에 가깝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나니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았지만, 그렇게 자유로워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노력의 상수와 가까운 사람인지라 몇 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다면
첫째, 생각보다 책을 좋아하고 지식을 쌓을 때 도파민이 분출된다는 것.
둘째,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환경과 관계없이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
셋째, 글을 쓰며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몇 가지 더 있을 터인데… 하여간 책과 글은 힘들었던 22년 한 해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23년 얼마나 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나와 가까워질지 기대도 되지만 한편으론 관심 끊고 대충 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같은 환경에서 새로운 환경에 있는 내게, 걱정하는 것과 달리 무탈하게 잘 살아왔으니 아무렴 괜찮다고 토닥여주고 싶은 밤이다. 반대로 허황된 꿈을 바라기엔 너무 아무것도 안 했다고 팩폭도 날려주고 싶다.
그러니 걱정 말고 삼십구살을 받아들여라. 만 나이로 바뀐다고 해도 1985년 생인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