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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이 Dec 21. 2021

내 집 인테리어인데 다음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고요?

#1.

인테리어 시공을 마치고 난 뒤 든 생각은 '내가 살면서 언제 또 인테리어에 이렇게 큰돈을 쓰게 될까?'였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관련한 영상을 자주 찾아보곤 했는데, 시공업자에게는 일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한번일 지도 모른다는 댓글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인테리어를 하기로 마음을 먹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얼마 큼의 비용을 쓸지 가족 간의 합의가 필요한데, 돈을 함께 부담하는 남편(혹은 아내)의 동의는 물론이고 '인테리어에 쓴 돈은 나중에 팔 때 별 도움 안된다.'라고 하시는 부모님의 말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처음으로 내 맘대로 집을 꾸밀 수 있겠다고 설레었는데 하고 나니 신경을 많이 썼어도 여전히 아쉬웠던 점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점을 잊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10년 뒤에 지나면 분명 다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의 나와 지인들을 위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대표적으로 꼭 확인해야 할 점만 정리해 두었다.



나는 글을 쓰고 나서 며칠 뒤에 심심해서 브런치를 켰고, 알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는 사이 1000명이나 읽었다고 했다. 세상에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5000천 뷰를 넘게 되었다. 제대로 마무리도 안된 글이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되어 부끄러웠고, 여하튼 그다지 공들여 쓰지 않은 글임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을 보니 인테리어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번 인테리어 경험을 좀 더 글로 남겨 보기로 했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하기 위해 브런치를 시작했으니 내가 경험한 것 중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그 지점을 발견한 것도 큰 기쁨이고,  나눌 수 있는 점도 행복이다.


물론 나는 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니니 사람들에게 전문가적 견해를 줄 순 없지만, 인테리어를 하면서 내가 깨달았던 점에 대해서 나눠보려고 한다.



#2.

전세를 살면서 내 집, 내 공간에 대한 욕구가 더 생겼다.  남의 집을 살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서 거주를 하는 것이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결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예쁘고 편리하게 살지 못한다고 투정하는 것이 아니다. 물이 새거나 곰팡이가 핀 집, 냄새가 많이 올라오는 데도 때로는 감수해야 한다.


집의 하자를 말하면 아쉬운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야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나의 잘못으로 집의 하자가 있다고 여길 까 봐 수리 요청을 원해서가 아니라 하자가 있다는 것만 알리기 위해 연락을 하곤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 고칠 수 없는지 이유를 듣거나, 꼭 고쳐야만 하는지 또는 시세보다 싸게 들어왔으니 감안하라(전세가를 시세만큼 많이 올릴 수 없는 임대사업자였기 때문이지, 집주인의 배려로 맞춰준 금액이 아님)는 등등의 잔소리가 솔직히 너무 지겨웠다.


혹은 고쳐주려는 집주인도 있었지만 일단 내가 이사를 나서 발견되는 문제이다 보니 내가 거주하는 동안 공사를 해야 한다. 거주 공간에 시끄러운 소음과 먼지가 폴폴 나는 공사를 하는 게 과연 더 편한 지도 의문이었다. 원칙 상 하자가 없음을 전제로 부동산 계약을 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같은 날 이전 세입자가 나가면서 현 세입자가 이사 오는 경우가 많으니 관행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내 집이어도 코로나 때문에 피하기도 쉽지 않으니 공사를 고민했을 것인데, 내 집도 아니니 솔직한 마음으론 그만큼 차라리 그냥 물이 좀 새고, 막히면 막히는 대로 살자 싶었다. 여하튼 남의 집 살이가 참 녹록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더 좋은 컨디션을 가진 집을 고르지 못한 내 능력과 운을 탓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사를 다닐 시점엔 계약갱신 청구권이 생기면서 전세를 연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매물이 없어 전세 난이라고들 했고 좋은 컨디션이 좋은 아파트는 정말 찾기가 어려웠다. 내가 몇 억을 더 소유했다고 해도 상황은 비슷했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오랫동안 내가 원하는 공간을 갖기 위해서 인테리어를 꼭 하고 싶었다.



#3.

나는 내 집을 소유했으니 드디어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많이 부풀어 있었다. 어쩌면 이전의 경험으로 인해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 소유하고 싶어서 집을 구매하기로 결정한지도 모른다.


공간을 내 마음대로 만들고, 그것을 소유한다니!

내가 원하는 공간에 대해 구체화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설레는 일이다.


늘 꿈꿔왔지만 막상 내게 주어진 한정된 공간에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차피 아는 지식이 없어서 백지와도 같았기 때문에 어떤 느낌으로 공간을 꾸밀지 제약 사항 없이 스크랩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예쁘고..


예산을 정했지만, 이상을 구현하는 데 있어 예산은 무의미했다. 조명 하나를 선택하는 데도 가격 범위가 넓다. 이케아 제품 1만 원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면 100만 원도 들 수 있다. (나중에 적겠지만 나는 조명을 선택을 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갤러리 같은 거실을 원했다. 보통은 장판이나 마루 시공을 하는데, 내 이상을 실현시키려면 좀 특별한 자재를 사용해야 했다. 요새는 타일 시공을 참 많이 하기도 하니까 특별할 것은 없지만 타일도 선택 범위가 굉장히 넓다. 게다가 갤러리 같은 거실을 하려면 거기에 맞는 가구들도 전부 다 구비해야 한다. 친구는 나에게 그 고민은 결국 그릇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명과 거실 바닥 자재만 예로 들었지만, 이상적인 내 공간을 구현하는 데는 수백 가지의 고민을 해야 한다. 거기에는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드디어 내 공간을 가지는 것인데 예산보다 약간 무리를 하더라도 괜찮은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일종의 강박처럼 내가 소유한 공간인데 입구부터 마루 끝까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되었으니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어디에 힘을 주고, 보기 싫더라도 어디엔 눈을 질끈 감고 포기해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 내 단짝이 그런 말을 해주었다.


이 집은 언젠가 팔게 될 거고,
그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다른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줘야 해.


'이 집은 언젠가 팔린다? 영원히 내 것 아녔던가?'

생각해보니 맞았다. 이 집은 언젠가 다른 사람이 살게 될 것이다. 평생 내가 살 것처럼 여겼지만 그게 아닌 것이다. 나는 아직 젊으니, 앞으로도 거주 이동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내가 너무 내 취향으로 바닥을 전부 타일로 바닥재를 깔고, 무리를 해서 조명을 달아도 그다음 사람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차피 가격을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시장에서 외면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애초에 내가 좋아하선 한 것인데 남이 안 알아주면 어떤가 싶지만, 하나 하나 고민하면서 모든 자재를 다 골라놓으니 마치 나에겐 하나의 거대한 작품과 같이 느껴졌다. 이것이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그것 또한 마음이 아픈 일이다.


게다가 이전 전셋집에서 내가 늘 불평하며 살았듯이 내가 지나간 이 공간을 두고 다음 사람들이 '대체 이렇게 왜 집을 만들 걸까?'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으면 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어떤 이가 들어와도 편리하고, 안전한 공간이 되고, 세월이 지나도 아껴서 사용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순간 눈을 질끈 감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납득이 되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다시 또 집 수리를 해야겠지만, 그 전까진 내가 결정한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래, 사람이 사는 공간이니 누가 들어와도 편히 살 수 있는 기준으로
인테리어 방향을 결정하자!

조금 오버스럽지만, 내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공들여 만들었더니 설치 미술 작품 하나를 완성한 듯한 느낌이다. (아파트에 하나씩 설치된 조각은 미학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안전기준도 통과해야 한다.)


여력이 되는 한 계속해서 내가 꾸민 공간에 대해서 하나하나 소개도 하고, 집과 관련한 여러 생각을 나누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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