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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이 Dec 13. 2021

다시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면

이사를 계획하면서 살면서 가장 큰 소비를 했다. 적은 돈도 두 번 세 번 생각하면서 쓰는 편인데, 인테리어를 하니 목돈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최소한으로 공사를 하려고 했지만 10년 정도 된 집을 수리하려면 기능상 손을 대야만 하거나 변색이 되어 예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공사라는 게 그렇지만, 견적보다 실제 지출한 금액이 더 올랐다. 처음 생각보다 더 비쌌던 이유는 최근 요소수 문제로 자재를 구하기 어려워서 다른 대체제를 찾다 보니 원치 않게 더 고급 자재를 써야 한다거나, 국제적으로도 각종 원료 가격이 비싸져서 단가 자체가 예전에 비해 많이 비싸진 편이었다.


게다가 이제 인건비가 굉장히 비싸져서 목공, 전기 등등 각종 기술자들을 부르려면 하루 일당이 최소 25만 원에 기타 비용이 들게 된다. 하루라도 더 연장이 된다면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약 한 달이 걸렸던 공사를 끝내고 보니 내 생애 가장 많은 돈을 많이 썼지만, 아쉽게도 100프로 만족한다고 할 수 없다. 잘하고 싶었지만 역시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음 집에서는 공사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적어두고 싶었다.


- 모든 문을 다 열어보고 닫아본다. 당연히 닫히는 줄 알았는데 안 닫히는 문이 발견되었다. 공사 중에는 문을 다 떼어 놓거나 마루 공사를 하면 없어진 마루 간격 때문에 잘 닫힌다. 마루를 설치하고 나면 황당하게 문이 안 닫히는 걸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방화문의 경우 닫히지 않는 문이라면 문제 해결이 좀 힘들어진다. 그라인더로 철문을 갈거나, 문 전체를 갈아야 한다. 가격은 거의 40만 원에서 60만 원 선이다.


- 모든 스위치를 하나씩 켜보고 또 하나씩 꺼본다. 시스템으로 연결된 스위치는 동작이 안 되는 경우가 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구축 아파트만 살아서 나는 스위치만 갈면 다 해결되는 줄로 알았다.


- 진행 보니 공사가 시작되면 생각보다 너무 급박한 스케줄이다. 이로 인해 미리 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1) 미리미리 내 취향을 파악해둔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으니 선택장애가 생긴다.

2) 하고 싶은 자재는 의뢰 전 내가 반드시 미리 실제 샘플을 보고 조사한다. 그래야 견적 낼 때 정확히 특정 자재를 말할 수 있고, 시작할 때는 이미 견적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


- 인테리어 공사 시간을 너무 빠듯하게 적지 않는다. 자재를 올리고 내리는데도 어느 정도 소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시~ 5시로 적었다가 9:50분, 5:05분만 돼도 난리를 치는 이웃을 만났다. 너무 피곤하고, 여유 있게 30분씩만 더 잡아두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주말이나, 밤에 한다는 말이 아님)


- 무조건 비용은 처음 시작할 때 이 견적이 최소일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유있게 이보다 더 비용이 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다 보면 추가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예쁘게 보이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지만 건강과 직결되는 환풍기, 후드 교체가 필요했고, 오래된 집은 역시나 기존의 제품을 쓰려고 해도 가스레인지, 오븐 같은 전자기기도 교체가 필요했다.

나의 경우 원래 장판을 하려고 했는데 기존 시공의 문제로 벽과 시멘트 바닥의 간격 차이가 있어서 어쩔수 없이 마루 시공으로 변경 하게 되었다.


- 부엌이나 마루 쪽에 스위치를 더 뽑아야 한다. 뽑아서 아쉬운 게 없는데 어디로 뽑아야 할지를 미리 결정하는 게 이슈였다. 지나고 나니 아쉽다. 물론 이것도 중간에 결정했다면 또 추가 금액이 나왔을 것이니 미리 견적에 넣었어야 했다. 그래야 총금액을 비교할 수 있다.


- 셀프 시공은 앞으로도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 이렇게 내가 담당자를 정해 의뢰를 해도 내가 하나하나 정해줄 것들이 많은데, 내가 시간 조율하고 알아봤다면 정말 힘들었을 듯.


- 다음 사람을 위해 원래 있던 마루의 천장 등을 남겨서 새로 교체를 했는데 가장 최소 비용만 들였지만, 여전히 눈에 거슬리고 있다. '왜 여긴 마루에 등도 없어요?'라고 할 것 같았는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최고였던 거 같다.


- 아직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시작하기 전에 다 할 수 있다고 했고, 레퍼런스를 보여주고 컨펌을 받았는데도 결과물이 약간씩 다 다르게 나온다.

'원하는 대로 고르세요.'라고 할 때는  반대로 '내가 준 사진이랑 같게 나오려면 자재를 뭘 골라야 해요? 그건 비용이 얼마인가요?' 하고 역 질문해야 한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내가 고른 자재니 내가 원했던 모습과 좀 달라도 달리 할 말이 없다. 레퍼런스 이미지와 왜 다른지 알려면 사실 미리 인테리어 공부를 많이 해두었어야 했다. 다음엔 반드시 견적 때 확실히 사양을 명시해 두고 싶다.


- 도배를 할때는 빠지는 면적이 없도록 벽면 체크를 해야하는데 끝나고 보니 붙박이장 안에 도배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마무리 작업때 실리콘 작업도 눈에  보이는 숨은 공간에도 빠뜨리지 않도록  체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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