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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이 Apr 04. 2022

준비 안된 리더의 고민

 새로운 회사로 입사한 지 약 2주가 지났다. 나를 제외한 현재 팀원은 한 명뿐이지만, TL로 일을 하게 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명확해지고 커져버렸다. 조만간 내가 리딩 할 사람이 좀 더 늘어날 예정이다. 뜻하지 않은 승진이라 얼떨떨한 기분도 잠시 내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커진 만큼 성과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이 커졌다.


입사 후 2주일 만에 올해 팀의 목표와 성과들에 대해 제출을 하였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서 팀의 특성과 일도 다 파악하지 못했는데 내가 리딩을 한다는 게 너무 부담이 되었다. 주니어 일 때는 성과를 그렇게 명확하게 작성한 적이 없었고, 그 성과를 다 달성하지 못해도 큰 상관이 없었는데 이제는 나 혼자의 책임이 아니라 다른 팀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어서 신중해야만 한다. 

  

 원래 이번 상반기는 최대한 시간을 내서 나에게만 집중하려고 하는데, 온전한 휴식도 벅차다. 이럴 때일수록 우선순위가 필요한데 무엇보다 일이 업무 시간 안에 끝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나 행사에 대한 기획은 업무 시간에만 고민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로벌 회사라 이곳저곳과 싱크를 맞추는 회의도 빈번하다. 정확히 10-7시를 지켜서 근무를 하고 싶은데 7시가 되기 전에 이미 머리가 띵하고 많이 지쳐버리는 상황이 생긴다. 그래서 조금 쉬었다가 저녁에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지치는 이유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이 많아진 회의 때문이다. 개발자였을 때보다 회의가 거의 3~5배 늘었다. 일 하다 보면 예기치 않는 회의도 많이 들어온다. 예전에는 자리로 찾아와서 혹은 지나가면서 업무 이야기를 했다면 지금은 줌으로 만나서 하는 것뿐인데 사실상 똑같은 시간일 텐데도 에너지는 훨씬 더 많이 드는 느낌이다. 


 업무의 범위가 굉장히 넓고 다양해서 몇 주간 그 일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요구받을 것이기 때문에 범위가 넓어질 수는 있어도 좁아지진 않을 것이다. 내가 업무 스위칭을 하면 그 비용이 꽤 드는 데 (이건 인간의 뇌가 다 그렇다곤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한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가능한 비슷한 일을 몰아서 하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피상적인 리더 교육 말고, 진짜로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다. 그리고 일을 어떻게 지시하고 나눌 지도 고민이 된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혹시 나도 모르게 압박을 주거나 힘들게 하진 않을지, 어떤 말 못 할 고민이 있는 건 아닐지.. 수평적인 리더의 모습에서 오히려 혼란을 느끼진 않을지 등등.. 분명한 것은 나는 리더가 될 준비가 아직 안되어 있다. 


이력서 쓰는 법, 면접 잘 보는 법은 그동안 경험이나 교육을 받아서 어느 정도 있지만, 그 이후의 준비는 사실해본 적이 없었다. 주니어 일 때 자발적으로 리더가 되는 훈련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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