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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이 May 02. 2022

폭력과 트라우마

어제 우연히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이미 방영한  조금 시간이 흘러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MBC 실화탐사대 프로그램의 정창욱 셰프 하와이 사건을 보게 되었다.


영상 : MBC [실화탐사대]  정창욱 셰프 하와이 사건 충격 진실 https://youtu.be/7ZD_1 mBxXaE


냉장고를 부탁해 등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력이 있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프로그램을 하차하게 되었는데,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로 인해 사과문을 올리고 개인 채널은 전부 영상을 내렸던 것이다.


실화 탐사대 영상도 자세하게 사건을 설명하지만, 영상 실제 피해자들이 그날의 일들을 각색하여 약간의 다큐 형태로 찍은 영상은 더욱더 충격적이었다.


영상 : D+3 [하와이 12] 호드벤처TVhttps://youtu.be/ctjZJzQ9kHo


다행히도 용기를 내준 사람들 덕에 그동안 같이 일하면서 부당하게 대우받은 동료 요리사, 방송 작가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이 진술하는 일관적인 상황들은 그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돌변하고, 트집 잡고,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영상에 나오는 분은 셰프가 자신에게 하와이 체류 기간 동안 술을 먹고 돌변하여 칼로 들이대며 위협하여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로도 몇 달이나 보복을 할 것 같은 두려움으로 무서워서 밖에 못 나가고, 호신용으로 쓰려고 도구를 챙겨 나가는 등 고생을 했다. 편집자의 경우도 안쓰러웠는데, 몇 달간 급여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문득 이 사건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잠시 폭력적인 사람을 만나 거의 1년 넘게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었다. 술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많이 먹고,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다른 사람과 말도 안 되는 의심을 시작하다가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을 하였다. 분노가 커지면 때로는 칼로도 위협을 했다. 자신이 무시받는다고 생각하면 화를 참지 못했다. 그러나 그도 밖에서는 의리 있는 친구처럼, 예의 바른 학생처럼 행동했다.


나는 헤어지고 난 뒤로도 계속해서 보복이 무서웠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그런 나를 머리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직도 헤어 나오질 못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고, 답답했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단 몇일의 시간 혹은 (편집자의 경우) 몇 달 정도일 텐데도 이 정도로의 공포감을 호소한다면 나 역시 그토록 무서워하고 힘들어했던 것은 당연했던 것이었다. 내가 특별했던 게 아니었다. 피해자 분들이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 고통을 솔직하게 드러내 준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걸 견디고 이겨내서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노력한 내가 참 대견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송에서 심리학 교수는 말한다. 이 폭력적인 행동의 시작은 매우 작았을 것이나, 오랫동안 진화를 거쳐서 칼을 들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오랜 기간 폭력이 학습되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고.


아마 가해자들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타인에게 주는 지를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의 위치에 있다면 하루빨리 그 상황을 벗어나고, 용기를 내어 탈출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가정 폭력으로 인해 이혼하는 사람들,

데이트 폭력으로 이별을 결심하는 사람들,

직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공유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피해자들의 영상은 어쩌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힘들 수는 있지만, 영상을 볼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면 한편으론 저렇게 용기 내는 사람들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가는 행복을 어서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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