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월이 Mar 06. 2023

전세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았다. (2)

https://brunch.co.kr/@siwal/60


4. 나가지 않는 전세, 다가오는 이사 날짜

최근 부동산 분위기라면 집이 완전히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지나고 나서야 그게 섣부른 결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인데, 오랜 시간 매도자가 매수자 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보면 착각하기 쉬운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기에 집주인이 좀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내가 원하는 시기에 적절하게 잘 옮겨갔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을 알면서 '차분히 여유를 갖고 기다려보라는' 태평한 태도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여하튼 집주인의 이런 태도 때문에 주 거래 부동산 1곳에만 처음에는 매물이 올라갔고, 나는 부족하다 싶어 허락을 받고 집 주변 부동산에 일괄적으로 매물을 올리게 되었다. 주변 시세를 비교해 보아도 여전히 이 집은 가격이 높은 편에 속했다. 같은 단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평수의 주변 아파트는 전체 수리가 된 집이 더 낮은 가격대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애가 타고 있었지만 무슨 일인지 가장 손님들이 많이 찾을 것 같았던 단지 부동산과는 거래하지 않겠다면서 단호한 문자를 보내왔다. 영문을 모르는 나는 속사정이 궁금했으나 사장님이 말을 아끼는 바람에 더 자세히는 알 수 없었고, 사정을 들어보니 집주인이 본인의 왜 허락도 없이 매물을 올렸냐며 굉장히 불쾌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았다. 참 답답한 상황들이었다. 


이게 바로 문제가 되었던 작은 방의 모습이다.  (벽 모서리 4면이 심했는데, 가장 심한 면은 오른편인데 사진에서는 잘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집주인이 이 방은 도배를 해준다고 한 들 전세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사실 나 같였어도 명확히 눈으로 확인도 되는 문제이고, 주변 시세보다도 더 비싼 집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방법이 없었다. 이사 날짜는 다가왔고, 버틴다고 한들 의미가 없었다. 나는 주변에서 돈을 빌리고, 고민 끝에 자취하고 있던 동생에게 부탁해서 이사를 와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문제지만 1년 간 빈 집 상태로 둘 수는 없었다. 다행히 오피스텔이었던 동생의 집은 워낙 인기가 좋은 지역이라 계약 일보다 몇 달을 남긴 상황였지만 집주인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고 심지어 하루 만에 새로운 임차인을 찾을 수 있었다. 지켜보던 나는 '이렇게 집이 빨리 나갈 수도 있구나?' 싶었었다.


동생이 이사 오고 위태로웠던 상황이 일단은 마무리가 되었다. 온전한 해결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번 것이다. 당연히 더 이상 집을 보러 온다는 사람은 필요 없기 때문에 주변 부동산에 연락을 돌려 매물을 내려달라고 하였다. 


5. 집주인의 협박이 시작되다.

시간이 지나 집주인은 부동산 매물이 내려가고, 내가 더 이상 이사가 급하지 않고 계약일까지 살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상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더 자세히 공유할 수 있는 상황이면 했겠지만, 연락을 하면 할수록 불쾌한 대화 방식이 너무 힘들었고, 어차피 이제까지 내가 이사를 가는 것에 수동적으로 지켜만 보는 입장이었으니 내가 더 살든 말든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오며 가며 우리 집을 밖에서 확인하던 차에, 이사를 갔다고 들었는데 창문이 열려 있다며 부동산을 통해 연락을 해왔다. 추운 겨울에 왜 문을 열었느냐는 것이다. 그러더니 온갖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내가 전대차 (세입자가 집을 다른 사람에게 임의로 임대를 내주는 것)를 행하였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집에 카메라를 켠 상태로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저녁에 문을 두드렸고, 마침 우리 가족이 다 있는 상황이라 영문을 잘 모르던 우리 가족은 가족 구성원임을 확인시켜 주고, 집안 곳곳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굉장히 나이스한 태도로 아무 문제없다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듯싶었다. 금요일 밤에 잠이 들면서도 '이렇게 끝날 것이 아닌데...' 싶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었다. 내심 직접 확인했으니 별일 없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 날 토요일 아침, ***씨라는 제목으로 내용증명 형태의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내가 전대차를 했고, 집을 수리해야겠으니 공사할 수 있게 집을 열라는 것이었다. 너무 기분이 나빴다. 절대로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고, 배려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공사를 어떻게 한다는 것일까? 인부들이 드나들 것이고, 살림이 가득한 내 집을 온전히 집을 비울 수도 공사로 인해 난장판이 될 집을 지켜볼 수도 없다.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어떻게든 환기를 하지 않는 등 관리 소홀과 전대차 등을 내세워 책임을 지우려는 속 셈였다.


사실 나는 살짝 겁도 나기도 했다. 협박하고, 교묘한 말로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지라도 이게 혹시라도 전세권 설정, hug 등에 문제가 되는 것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가족끼리는 전대차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는다. 당연히 별도의 계약을 쓴 적도 없고, 돈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다. 지금도 의문스러운 것은 이 집주인은 철저히 사실관계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믿고 있는 것인지 혹은 알면서도 우기기 작전을 펼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은 추운 겨울에 공사하는 것은 적합지 않다는 말로 시간을 조금 벌어두기로 했다.


- 다음 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전세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았다.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