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된 컴포넌트와 UX라이팅
오랜만에 글을 적네요.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글 쓰는 것을 미뤄 왔어요. 그럼에도 7월에는 꼭 하나의 글을 올리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했었기에, 짧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글을 적고자 해요.
책이라는 것을 적어 내려 가면서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여러 형식의 글을 적어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책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죠. 바깥과 내가 바라는 니즈가 합치되어야 하나의 글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항상 나만의 글을 써왔다 보니 타협이 잘 안 되었던 거죠. 그래도 열심히 쓰자고 생각했고 결국 곧 출간을 하게 될 거 같네요.
하지만 창피하기 때문에 무엇인지는 말 못 하겠고, 여하튼 그중에 하나의 챕터가 나름 재밌다고 생각이 되어 옮겨 적어 봅니다.
"UI 컴포넌트에 문구를 배치할 때, 한정된 공간 내에 의미를 어떻게 담을지가 큰 고민일 거예요. 대부분의 UI 컴포넌트는 글자 수에 제한이 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이죠.
특히, 프로덕트를 관리하는 프로덕트 오너는 대규모 UX 수정보다는 UX 라이팅의 세밀한 조정을 통해 큰 변화를 끌어내고자 해요. 그들은 한 문장에 다양한 의미를 담아 사용자에게 유용한 경험을 줄 수 있는 문구를 UX 라이터에게 요구하게 되죠.
그러나 UX 라이팅은 사용성에 중점을 두고 있어 프로덕트 오너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어요.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의미를 축소하거나 사용자 맥락에 따라 UI 컴포넌트를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전부죠.
UI 컴포넌트와 UX 라이팅이 효과적으로 결합되는 방법을 모색하고 담당자의 의도와 목적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거예요. 이를 위해 사용자 플로우를 면밀히 검토하고, 디자인 시스템 내에서 가장 적합한 UI 컴포넌트를 선별하는 것이 UX 라이터의 역할이기도 해요.
사실 UI 컴포넌트에 다양한 의미를 담는 것은, UX 라이터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큰 문제는 프로덕트 오너가 디자인 시스템이나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에 없는 새로운 UI 컴포넌트를 도입하려고 할 때 발생하죠.
새로운 UI 컴포넌트를 도입하는 일은 우리 서비스의 일관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앞서 설명하는 것처럼 모든 요소가 일관되어야 사용자는 서비스로부터 신뢰를 느끼게 돼요.
하지만 프로덕트 오너의 요구에 따라 기준이 모호한 UI 컴포넌트를 사용하면 회사 내에서조차 해당 컴포넌트의 사용법을 이해하지 못해, 구성원 사이에서도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해요. 사용자 역시 익숙하지 않은 UI 컴포넌트를 마주했을 때 그 의미를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고, 불필요한 시간을 빼앗기게 되겠죠.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주장한 전망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한데요. 새로운 UI 컴포넌트가 기존 시스템과 일관성이 떨어져 사용자 경험이 달라질 경우, 사용자는 적응하기 위해 학습 비용을 지불하게 돼요. 이 학습 비용이 최종적으로 이익으로 남을지, 손실로 남을지는 사용자가 해당 UI 컴포넌트로 인해 느끼는 효과에 달려 있어요.
사용자가 새로운 UI 컴포넌트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유용성이 손실을 느끼게 하는 비용보다 2.25배 더 높지 않다면, 이는 손실로 인식되어 쓸모없는 학습으로 여겨지게 되겠죠. 반면, 새로운 컴포넌트가 기존에 익숙한 것보다 2.25배 이상의 유용성을 제공한다고 느끼면, 사용자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거구요.
이런 맥락에서, 사용자는 일관성을 중요한 요소로 여기게 돼요.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피로감을 유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자는 익숙한 요소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더 쉽게 사용하려 해요.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는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라 할지라도 UX/UI가 리뉴얼되었을 때 첫인상으로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간단히 말해, 서비스는 새로운 UI 컴포넌트를 도입하기보다 익숙한 컴포넌트를 제공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돼요. 이는 기회비용 측면에서의 평가이긴 해요.
그렇다면 일관성과 UX 라이팅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디자인 시스템과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디자인 시스템 내의 UI 컴포넌트가 UX 라이팅 가이드라인과 상호관계를 맺기 때문이죠. 실제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면, 많은 디자인 시스템이 UX 라이팅 가이드라인을 주요 부분으로 삼고 있어요.
이 두 요소의 관계를 고려할 때, 디자인 시스템은 시각적 디자인 요소, 화면 레이아웃, UI 컴포넌트뿐만 아니라 UX 라이팅도 일관된 형태로 구성되어야 하죠. 즉, 디자인 시스템은 특정 상황에서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UI 컴포넌트를 제공하는 방법을 설계하는 것이고, UX 라이팅은 이러한 UI 컴포넌트에 표기되는 모든 언어적 표현을 담당하죠.
잘못된 UX 라이팅은 아무리 우수한 UI라도 실패로 이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시스템에서 상황에 맞지 않는 문구를 제공한다면 사용자가 혼란을 느끼고, 그것을 시작으로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위치와 문구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점에서 UI 컴포넌트와 UX 라이팅의 관계는 언어의 기의(Signifié)와 기표(Signifiant) 시스템에 비유할 수 있어요. 즉, UI 컴포넌트 없이 UX 라이팅을 상상할 수 없으며, 반대로 UX 라이팅 없는 UI 컴포넌트도 상상할 수 없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맥락인데요. 두 관계는 사용자가 놓여있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특히, UX 라이팅은 공급자의 관점이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해요. 왜냐구요?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도록 유됴하기 위해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