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3
샤인마토
아내는 방울토마토를 좋아한다. 그래서 방울토마토를 우리 집 냉장고에선 자주 볼 수 있다. 반면 나는 방울토마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먼저 냉장고를 열어 방울토마토를 꺼내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며칠 전 아내가 ‘샤인마토’라는 과일을 사왔다. 외관상으로는 그냥 방울토마토와 다를 게 없었다.
아이의 아침은 과일위주로 구성될 때가 많다. 재택근무라 내가 아이의 아침을 준비했다. 나에게는 그냥 방울토마토와 동일한 샤인마토도 아이 아침에 포함되어 있었다.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후 식초를 풀어 잠시 담가두었다. 그리고 다시 씻어 아이가 먹기 편한 사이즈로 잘라 아이에게 주었다. 아이에게 주고 난 후 자를 때 남은 꼭지 부분을 한입 먹었다.
내가 방울토마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이유는 처음 딱 깨물었을 때 토마토 즙이 딱 나오는 것 까지는 좋은데 뒷맛은 야채 맛이 나서 초딩 입맛인 나에게는 그렇게 선호하는 맛이 아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남은 꼭지를 먹었다. 첫맛은 일반적인 방울토마토 맛이었는데 뒷맛이 꿀 절인 것 같은 맛이 났다. 눈이 번쩍 뜨였다. 신세계였다. 너무 맛있어서 아이의 아침인 샤인마토를 빼앗아 먹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샤인마토를 사 달라 요청했었는데 사주지 않았다.
22일 오늘 아침 재택이라 천천히 눈을 떴다. 어제 늦게 잠들기도 했고 새벽 무렵 아이가 깨서 아이 침대로 넘어가 아이를 재우고 함께 들었더니 몸이 찌뿌둥했다. 아내에게 아이를 맡기고 좀 더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아내는 아이의 아침을 다 먹인 상태였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새벽 배송된 음식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내가 아내에게 요청한 샤인마토도 있었다.
방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샤인마토 먹어야지 생각하며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아내는 점심을 먹고 잠시 밖에 다녀온다 하고 집을 나섰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나는 재택하는 동안 생각했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 콧노래를 부르면서 냉장고를 향했다. 샤인마토를 꺼내 아이와 함께 먹을 이라고 쓰고 내가 많이 먹고 아이 몇 개만 줄 샤인마토를 씻었다. 먼저 몇 개를 아이가 먹기 적당하게 잘라 아이 식판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내입으로 하나를 쏙 넣었다. “응? 이건 약간 덜 다네. 그래도 맛있군.” 두 번째 “이것도 덜 단데 그래도 맛있군” 이렇게 한 5개 이상을 먹다 보니 며칠 전 처음 맛보았던 그 단맛이 느껴지지 않아 혹시나 하고 샤인마토 용기를 보니 이게 웬걸 큰 글씨로 ‘대추방울토마토’ 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밤 깜깜한 동굴에서 마셨던 맛있었던 물이 해골에 담긴 썩은 물이었고 내가 어떤 마음으로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신라시대 원효대사의 교훈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