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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비 Jan 24. 2021

I'm lovin it

2021.01.23

맥도날드_I'm lovin it

  나에 대해 아내가 가지고 있는 불만은 많겠지만 다섯 손가락안에 들 것이라고 확신하는게 나의 식습관이다. 아내는 ‘맛’에 대해 무척이나 예민하다. 식당에 갔는데 맛이 없거나 배달 음식을 시켰는데 음식이 식어서 오면 불만이 끝이 없다. 특히 건강하지 못한 음식에 대해서는 두말 할 것이 없다.

  나는 업무상 전국 각지의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다닌다. 그래서 나름 ‘맛’을 구분 할 줄은 알지만 먹는 것에 까탈스럽지않다. 맛있는걸 먹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래서 가끔은 맛없는 걸 먹어도 뭐 그냥 배 채우면 되는거 아닌가 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무엇보다도 인스턴트 음식과 페스트 푸드 음식을 좋아해 건강을 생각하는 아내의 식습관과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국민학교 시절 외가가 서울이라 일년에 한번 서울에 올라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방에서 서울 갈 일이 적었기에 학교에 가서 서울구경 한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특히 맥도날드, 그당시 지방에는 맥도날드가 없었기에 맥도날드 이야기는 많은 국민학생들의 선망 그 자체 였다.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으면 주는 그 장난감은 어떤 장난감과도 비교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엄마의 추천으로 노량진 학원을 다니기 위해 외할머니 댁에서 생활했다. 하루는 지하철 월정기권을 잃어 버렸다. 다시 살려니 너무 아까웠고 혼날까봐 집에는 이야기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보내준 생활비가 부족했다. 식비를 줄여야 겠다 다짐했다. 그래서 매일 점심 맥도날드에서 가장 저렴한 불고기버거로 점심을 해결했다. 여유롭지 못했지만 마음만은 풍족한 식사였다.
 
 호주에 있을때 시드니 근교 본다이 비치에 서핑하러 일주일에 두세번은 갔었다. 학원이 끝나고 지하철 타고 출발하여 본다이정션 역에 도착, 다시 버스를 타면 한시 정도에 본다이 비치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본다이 비치 바다는 신기했다. 오전 부터 오후 세시까지는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한데 세시 이후 부터는 파도가 조금씩 바뀌어 다섯시가 넘으면 ‘아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 싶은 파도가 온다.  그래서 한 두세시간은 해변에 누워 책도 읽고 수영을 하며 파도가 바뀌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항상 덥고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다. 이 것들을 해결해 줄 장소가 필요한데 마침 해변가 바로 앞에 맥도날드가 있었다.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은  불고기버거와 콜라 한잔, 집에 가는길엔 버스를 타지 않고 소프트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30분 거리를 매번 걸어 다녔다. 서핑으로 힘들었지만 햄버거와 콜라 그리고 소프트콘은 호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추억들이다.  

  맛은 버거킹 이나 유명 수제버거를 따라 잡기 어렵지만 여전히 나에게 최고는 추억이 담긴 맥도날드다. “아들. 엄마에게 맥도날드에서 버거 먹었다고 말하지마 너랑 나만의 추억이야”라고 말하게 될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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