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 욱 May 04. 2022

민주당 공천제도가 위험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 총재였던 2000 16 총선을 앞두고 당시 동아일보의 이낙연 기자를 발탁해 공천했다. 주변 인물 가운데 공직선거 후보자로서 적합한 인물을 발굴해 낙점한 것이다.  선거에서 당선된 이낙연은 5 의원과 도지사,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 선거에까지 도전할 정도로 한국 정치사의 획을 그은 인물로 성장했다. 하향식 공천의 좋은 사례다. 지금 민주당의 주류를 이루는 운동권 586 출신들도 대부분 이때 발탁 공천을 통해 정계에 진출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되면서 정당의  운영과 공천의 과정도 점차 민주화됐다. 이른바 상향식 공천이 제도화되면서 당의 총재가 아닌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공천이 확대됐다. 민주당 역사에서 상향식 공천의 백미는 단연 노무현 대통령이다. 2%에 불과했던 지지율은 2달여 간의 당원과 국민이 참여한 경선레이스에서 승리하며 결국 민주당의 대선후보와 대통령까지 이뤘다. 상향식 공천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후 공천 민주화를 위해   가지 방식을 섞어 만든 현행 공천 제도를 완성했다. 당원투표, 국민참여 경선을 활용한 상향식 공천전략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한 하향식 공천 방식을 가미했다. 이른바 시스템 공천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세월이 흐르면 낡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후보자가 많은 지방선거의 경우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서울시장 후보는 아직 선정도 못한 상태다.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으로 내려가면 공천제도의 문제점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서울 성북에서는 현역을 포함한 시의원 예비 후보 4명이 모두 탈락하고 구의원에 도전했던 후보가 단수공천됐다. 공천을 받은 후보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비서관 출신이다. 탈락 후보 4명 중 2명은 정치신인이었음에도 가산점은커녕 경선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하향식 공천의 나쁜 예다.


서울 강서에서는 시의원 3선을 지내 지역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후보가 최종 공천에서 탈락했다. 경선 방식의 변경 등 우여곡절과 각 후보를 둘러싼 지지세력들이 심각한 계파갈등을 일으키고 나서야 마무리 됐지만 이들이 하나가 되어 본선을 준비할 가능성은 요원하다. 상향식 공천은 갈등을 낳고 봉합이 쉽지 않으며 이는 본선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서울 뿐 아니다. 지역에서 도전하는 중앙 무대의 명망가들은 당원 조직의 벽을 넘지 못해 고배를 마시기도 하고, 더 크게 쓰일 수 있는 지역 정치인이나 신인들은 낙하산 공천에 운다. 타 당에 비해 우수하고 민주적이라고 평가받던 민주당의 공천시스템이 이제 정당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건 아닌지 꼼꼼하게 살펴볼 일이다.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선거는 일단 이기고 봐야 한다는 말도 있다. 승리를 위한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이 낡고 병들어가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 제도는 이제 모범 사례보다는 실패사례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것인가.


(2022.4.29 작성)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체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