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들어볼래?
살아 있는 인간이여,
그대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면서
자신이 얻지 못한 것,
돈과 아름다움과 사랑 따위를 갈망하며
그대를 뒤덮은 거친 하늘을 보면서 사느니
차라리 썩어 버린 주검이 되는 게
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축복받지 못한 비참한 영혼 중에서
그대 자신이 가장 비참하다 여겨
죽어서 편히 쉬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이것을 알라.
그 운명이 아무리
내 상태를 부러워할 만큼
암울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기, 기꺼이 자신의 운명을 벗어던지고
그대의 운명을 짊어질 사람이 누워 있으니,
그대의 외투를 내게 주고,
그대는 내 것을 입으라.
<어느 묘비명에 적힌 시,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