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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리 May 12. 2024

살아 있는 인간이여,

일요일엔 들어볼래?

살아 있는 인간이여,

그대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면서

자신이 얻지 못한 것,

돈과 아름다움과 사랑 따위를 갈망하며

그대를 뒤덮은 거친 하늘을 보면서 사느니

차라리 썩어 버린 주검이 되는 게 

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축복받지 못한 비참한 영혼 중에서

그대 자신이 가장 비참하다 여겨

죽어서 편히 쉬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이것을 알라.

그 운명이 아무리

내 상태를 부러워할 만큼

암울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기, 기꺼이 자신의 운명을 벗어던지고

그대의 운명을 짊어질 사람이 누워 있으니,

그대의 외투를 내게 주고,

그대는 내 것을 입으라.


<어느 묘비명에 적힌 시,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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