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 술
유난스럽게 비가 오던 가을의 여정 속을 거닐며 며칠을 계속 떠올린 것은 달큰하면서도 톡 쏘는 막걸리 한 잔 이었다. 오랜만의 남편과의 술자리 끝자락에도 여전히 머릿속 한 켠에는 '막걸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입으로는 맥주를 마시면서도 어쩐지 막걸리가 생각나는 그날 밤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2차를 가자는 제안에 손가락은 생각의 이끌림을 따랐고 '쌀 한 잔'이라는 가게 이름을 발견했다. 발견 했다기 보단 결국 찾아 내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소주를 좋아하는 남편은 '소주다운' 한 병을 택했고 명상을 하는 나는 '이너피스' 한 잔을 택했다.
명상을 위해 만들어진 막걸리라, '명상주'로 불린다는 눈에 띄는 설명은 우연하면서도 필연적인 경험으로 다가왔다. 새로 알게 된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과 매력적인 사물의 만남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며 함께 공명하는 순간은 흔치 않아 더욱 특별하다. 이 날 우리의 만남은 걸죽한 막걸리를 따르는 순간처럼 밀도는 높지만 천천히 스며드는 적당히 느린 것이 참 적절했다.
명상과 철학을 좋아하는 브루마스터가 직접 '명상'하는 마음으로 고요하게, 몰입 속에서 주조하였다고 한다. 한 잔의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며 지금, 여기 현재를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래서 그 맛도 다채롭다. 쌀 누룩의 구수함 속에 마치 와인과도 같은 새큼함과 자연 속에 있는 듯한 허브의 풀향이 뒤섞여 입 안 감각을 자극한다.
'차 명상'을 하게 되면, 우리는 차를 직접 눈으로 보고, 차를 따르는 소리를 듣고, 온기를 느끼고, 향을 맡고, 맛을 보며 '한 잔'에서 오감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언뜻 보면 잘 모르는 다채로운 색과 향과 맛을 발견하면서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 감각명상이다.
'이너피스'를 좀 더 알아가면 진심으로 명상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병의 라벨에서부터, 재료에 담긴 상징, 맛의 구현까지 명상을 모른다면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찾아보니, 식품첨가물 없이 누룩과 유기농 쌀, 유기농 재료, 저온침출 허브로 빚었다고 한다. 상주 봉강 공동체의 여성 농부들이 진심으로 키워낸 우렁이 농법으로 1배치 당 100병 한정으로 생산된다고. 무엇보다도 각 시리즈의 '네이밍'과 '재료',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이너피스 캄 (12%)
유기농멥쌀, 찹쌀, 딜, 민트, 블렌딩누룩, 효모, 식품첨가물 무첨가
고요를 뜻하는 '딜(dill)'과 '민트(mint)'의 상쾌한 집중이 주는 편안한 맛
이너피스 플로우 (12%)
유기농멥쌀, 찹쌀, 유기농 포도, 라벤더, 민트, 블렌딩누룩, 효모, 식품첨가물 무첨가
포도의 상큼함과 라벤더 특유의 향이 어우러져 혀 끝 감각을 자극하는 맛
'포도'는 수도사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재배했던 종교적 작물이자, 신에게 바치는 물방울인 와인의 재료이며과일과 허브향, 누룩의 맛이 섞여서 오묘하고 점점 빨려들어가는 황홀한 맛이 특징
이터피스 넥타 (10%)
유기농멥쌀, 찹쌀, 복숭아, 민트, 블렌딩누룩, 효모, 식품첨가물 무첨가
'넥타(nectar)'는 신들의 음료를 뜻 해.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복숭아'는 동아시아에서 신선만 맛볼 수 있따는 신비한 과일이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뜻한다. 이너피스 넥타는 내면의 갈증을 해소하는 신성한 달콤함을 담았다.
이너피스 모먼트 (10%)
유기농멥쌀, 찹쌀, 사과, 타임, 민트, 레몬, 블렌딩누룩, 효모, 식품첨가물 무첨가
지금 이 순간 온전한 기쁨을 위해 만들어졌다. '사과'는 존재에 대한 순간의 깨달음, '타임'은 고대부터 정화와 평온, 행운을 상징한다. '레몬'은 현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의미한다.
조용한 깨달음이 피어나는 순간을 응원하는 명상주
처음엔 이너피스-플로우, 두번째는 이너피스-캄을 마셨다. 일반적인 막걸리이 맛과는 상당히 달랐는데, 그것이 좋았다. 플로우는 포도가 들어가서인지, 더 시큼한 맛이 나서 입맛을 돋우는 듯 했고, 캄은 맛을 '차분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맛이었다. 두 맛의 개성이 서로 달라서 나머지 2가지 맛도 궁금해졌다. 바(bar)에서 한 잔씩 주문을 하니, 전 집에서 꿀떡꿀떡 넘기는 것보다 더욱 고요하게, 시선도 느리게, 충분히 음미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만족감과 행복감을 준다.
우리나라의 술을 활용한 바(bar)에 앉아, 한참을 찬장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술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의 술도 참 좋은데 놓치고 살았구나'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충분한 매력이 있는데, 알아주지 못했던 것 같단 마음이 들면서 그저 입에 당기는 것에서 존재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마음이 이어졌다.
주인장의 '우리 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진심, 좋은 술을 소개하는 기쁨을 나눠 받고 비슷한 감정을 느껴본다는 것이 바(bar)의 매력이다. 서로가 각자의 경험을 눈과 입, 손짓으로 나눠주며 따뜻한 온기와 뜨끈한 취기, 깊은 밤을 비추는 한 줄기 조명 속에 함께 한다는 것은 '술'이 있어 할 수 있는 낭만이다.
완전히 취하면 나를 잃을 수 있지만, 온전히 한 잔에 몰입하는 즐거움은 때때로 우리의 밤을 벅차게 한다.
그날 밤의 Bar.
명상주 이너피스
비워터브루어리(> 이터피스 구매링크)
후기
그 후, 필자는 말 그대로 '막걸리'에 꽂혀 술자리에 막걸리를 더하고 있다.
막걸리의 매력은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지인의 개업 10주년 파티에도 캄과 플로우를 선물하며 '명상과 막걸리'라는 이색 조합을 알렸다. (다들 잔을 들고 줄서서 받아가셨다는 인기폭발 뒷 이야기...)
필자소개
마음운동안내자 애리(강혜영)
Free thinking Fully living
인스타그램(@thelovingway_)